시와 별로 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교과서로만 시를 접했고 그런 시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수험용으로 해부되곤 했으니까.. 시가, 시인의 사고가 끝닿아있는 곳이 어딘지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해보고 경탄하기 시작한 것은 철학을 배운 이후였고 그 후로는 조금씩이나마 시를 찾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슴으로 시를 읽기보다는 머리로 읽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처럼 시적 사고를 이야기하는 책에는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된다.

시가 일반적 사고의 틀을 깨는 데 있어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방식 중 하나임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나보다. 저자의 머릿글에서도 죽어가는, 혹은 의미 없어진 우리의 고정화된 지식과 통념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생각의 힘을 얻게 하기 위해서 집필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시가 사고의 틀을 깨는 것이라면 각각의 시가 완전히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런 시를 읽어나가는 방식도 천차만별일 터이다. 저자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를 읽어나갈지?

우선 시 한 편이 소개된다. 그리고 시에서 한 가지의 주제 혹은 개념을 선택하여 문학적, 철학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간다. 그 풀이가 끝난 후에 현실 세계에서 그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예를 제시해간다. 확실히 무게중심은 전자보다 후자에 놓인다. 때문에 이 책은 문학의 영역보다 자기계발의 영역에 더 넓게 걸쳐저있다는 인상을 준다. 예컨대 박남철의 '목련에 대하여 III'을 통하여 아이러니의 개념을 풀이한 뒤, 저자는 인스턴트 커피믹스의 구매에 숨겨져있는 구매자들의 심리를 아이러니로 이해해냈던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사실 좀 더 문학 내지 철학서로 이해하고 책을 펴든지라 기대와는 좀 달랐던 전개가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문학의 영역이 실용의 영역과 분리될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도 하나의 편견이려나? 아무튼 자주 접할 수 없는 시들을 하나씩 소개받고 곱씹어볼 수 있는 것, 독특한 역사적 일화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혹시 책의 표지나 제목만으로 오해하여 실망하는 분은 없었으면 싶다. 머리로 시읽기라는 것, 미리 염두에 두고 책을 펼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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