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서평의 내용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등장한 실존 인물들의 존칭이나 직함은 일부 생략했습니다.

문 : 반갑습니다. 『진보집권플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를 해주시죠.

답 : 네 반갑습니다. 저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 그 중에서도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지향하는 아마추어 無籍종합문학인 김경준입니다.

문 : 무적이 상대가 없다는 뜻이 아닌 어디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이군요. 종합문학인이라면 모든 문학 장르를 다하신다는 것인가요?

문 :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만, 딱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뜻도 되겠죠.

문 : 네, 그렇군요. 본격적인 책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왜 이런 문답 형식으로 서평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답 : 저는 기본적으로 책과 관련된 글쓰기라는 것은 그 책을 읽은 사람과 읽을 사람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서평이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이나 구조적인 부분에서도 그 책의 분위기를 살려내야 하는 것이지요.

문 : 아 그래서 『진보집권플랜』의 문답 형식을 차용한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넘어가죠. 김경준씨의 말대로 이 책은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다’는 문답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결국 묻는 이인 오연호와 답하는 이인 조국이 이 책의 저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자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답 : 우선 <오마이뉴스>의 창간자인 오연호 기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시민이 직접 기사를 쓰는 시민 참여 언론입니다. 오연호 기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하며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책의 날개에 써있네요.(웃음) 뒤에 얘기하겠지만, 인터뷰어로서의 능력도 아주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조국 교수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2010년, 11년 가장 핫한 진보 지식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심지어 만화가 강풀의 말을 빌리자면 ‘키도 크고 잘생겼는데 생각도 깊’은 엄친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기엔 나이가 많으신가요?(웃음) 그러면서 강풀이 앞에 하나 덧붙이네요, 짜증나! 『닥치고 정치』의 김어준 총수 말을 빌리자면 ‘재수 없을 수 있다’네요.(웃음) 그 정도로 학벌, 목소리, 키, 외모, 깊이 등등 많은 것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문 : 그럼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언론인과 대학교수가 만나서 ‘진보의 집권’이라는 정치적인 얘기를 한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것 같네요. 전반적인 책의 흐름을 들어보지 않고서는 무척이나 급진적인 책으로 보이는데요? 제목 자체도 ‘진보집권 플랜’입니다. 진보가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책으로 보입니다.

답 : 실제로 그들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책 여기저기서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진보가 집권해야만 한다’라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의 물줄기는 ‘진보가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와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로 합쳐집니다.

  책은 크게 ‘조국의 이야기-프롤로그-플랜 1, 2, 3, 4, 5, 6-에필로그-오연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국의 이야기’와 ‘오연호의 이야기’는 보통 책의 머리말과 맺음말 정도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는 저자들에 대한 소개와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고, 에필로그는 ‘플랜’들에 대한 정리와 선언입니다.

문 : 진보에 관한 책인데, 구조는 다소 보수적이네요.(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책의 본문에 해당하는 ‘플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플랜은 총 여섯 가지로 각각 ‘성찰’, ‘사회ㆍ경제민주화’, ‘교육’, ‘남북문제’, ‘권력’, ‘사람’에 대한 내용입니다. 먼저 ‘플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답 : 우선 아까 언급했던 문답식 구조가 플랜을 어떻게 이어나가는지 말씀드리죠. 아마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 플랜은 질문자님이 말씀하신대로 개별 주제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시작은 주로 오연호 기자가 사회 현상에 대해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럼 조국 교수가 이에 대해서 답하고, 오연호 기자가 이를 정리하면서 해결책 등을 묻습니다. 이후 오연호 기자가 조국 교수의 대답을 정리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회현상 제시’=‘분석’-‘해결책 질문’=‘해결책 제시’-‘정리’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오연호 기자의 정리 능력은 탁월해서, 책을 읽다가 길을 잃었을 때는 참고할만한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문 : 아, 혹시 읽다가 맥을 잘 모르겠으면 오연호 기자의 정리에 집중하면 되겠군요. 역시 플랜에 대한 내용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죠. 각 플랜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답 : 네 책을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한 언급은 피하되 큰 주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플랜 1은 386세대의 반성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하면 길어지는데, 그래도 ‘판’을 바꿀만한 변화이니 한 번 살펴보죠. 이 부분에 관심이 없으신 분은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가 정치적ㆍ사회적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당시 그들이 30대였다는 의미에서 생긴 용어입니다.

  1980년대, 386세대의 대다수는 민주화투쟁에 몸을 던졌고,

  1990년대, 386세대는 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97년 김대중이 당선되었죠.

  2000년대, 386세대는 사회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20002년 노무현이 당선되구요.

  그리고 2007년 이명박이 당선되었죠.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조국의 책은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가 시작하는 해에 나왔습니다.(2010년 11월 5일)

  386세대로부터 20년이 지났으니, 수치상으로 보면 2010년대의 그들은 586세대가 되어야 했죠.(웃음)

근본적으로 저와 조국 교수의 물음은 다르지만 저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386세대의 이중성’. 386세대는 그들이 20대 때 연대하여 민주화를 이루었어요. 이른바 ‘진보’적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2000년대, 386세대가 사교육시장에 뛰어들었고 자녀들을 학원에 보냈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이 시작되었고 조기유학을 보냈죠. 발음을 위해 아이의 혀를 수술하기까지 했습니다.

다수의 386세대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습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386정치인들은 정치적 안정권에 접어들었죠. 그들은 안정된 야당이 되었고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왕이 되기를 포기하고 행복한 영주에 머물고자’ 했습니다.

  386세대는 386에 머물렀어요. 모든 것은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죠. 역사가 역행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 몇 명 386세대들이 시대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수에 불과했어요. 시작은 이명박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의 등장은 386세대에 충격을 줬습니다. 분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죠.

  그리고 반성을 시작했습니다. 발전은 반성에서부터 시작되었구요. 그 발전계획이 이후 이어지는 플랜의 내용입니다.

문 : 플랜에 대한 주제를 말씀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386세대에 대해서 한참을 말씀하시네요. 결국 ‘플랜 1 성찰’은 반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 반성의 결과는 어떻게 발전했나요?

답 : 플랜2인 사회ㆍ경제 민주화는 크게 사람답게 사는 방법인 복지에 관한 이야기와 일자리 문제, 기업 생태계 문제, 부동산 문제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속에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북유럽식 복지국가의 한국패치 버전이랄까요?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우석훈 교수의 『88만원 세대』를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플랜 3은 교육에 관한 이야깁니다. 3대 민생문제라고 하는 ‘일자리’, ‘부동산’에 비해 ‘교육’은 그간 큰 주목을 못받아왔었죠. 저자는 고등교육 개편으로 지방대 강화와 지역균형 선발제 사립 확대 등 기회의 평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기본 교육. 즉 유치원, 초, 중, 고에 대해서는 언급이 다소 빈약하네요. 아무래도 대학 교수다보니 그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플랜 4는 통일 및 외교 문제로 공생 관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 인권 문제라던가, 3대 세습 문제에 있어서는 강력히 비판하고 있네요.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안보관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한 쪽에 귀속되기 보다는 고른 정책을 펼쳐서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식으로 발전해나가자는 의견이군요.

  플랜 5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검찰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법학자다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전문성이 더욱 돋보이는 부분이네요. 검찰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김인회와 문재인이 쓴 『검찰을 생각한다』가 이 책에서 부족한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플랜 6은 조금 다른 차원으로 진보, 보수 진영의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모든 책이 그렇듯 특히 저자의 견해가 많이 녹아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저자는 진보진영이 큰 틀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일종의 드림팀을 구상하고 있네요. 저자의 머리 속에서 어떤 드림팀이 꾸려지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문 : 결국 앞서 말씀하셨던 책의 큰 흐름, ‘진보가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와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정책 자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가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 와다울 수 욕망, 그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핵심이라 볼 수 있겠네요.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조국 교수는 좀 더 이성적이라면, 김어준 총수는 감정적으로 보입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죠.

답 : 이 책은 진보가 무엇이며,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답을 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론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회 현상과 그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진보가 집권했을 때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겠군요.

  무엇보다 이 책은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모든 정치인들, 그리고 386세대, 2,30대 가릴 것 없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국 교수가 꿈꾸는 조국은 그야말로 그의 조국입니다.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을 다각도에서 연구하고 발전시킨다면, 그렇게 한명 한명의 조국을 더해간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것 같네요.

  다만 풍부한 정책적 내용에 비해 현 정치 판도를 살피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을 뿐더러 정치인들이 나열되는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평소 정치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다가가기에는 조금 지겨울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 : 네, 잘 들었습니다. 다음 서평은 어떤 책인가요?

답 : 연구가 될지, 평론이 될지, 서평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아직 앞부분만 읽어봤는데, 왜 거의 모든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는지 알겠네요. 자세한 얘기는 그 후에 하도록 하죠.

문 : 네,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