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호주로 이민갔던 철학전공자가 3년전 홀연히 한국으로 돌아와 글로 홀로서기를 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두 아들을 생각하며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 그녀의 포부에서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거쳐왔을 인생의 과정이 예상된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매 일상을 자신을 뒤로 한 체로 살아왔을 인생들이 그려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기자로 칼럼을 기고했던 경험과 최근에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다음 생애엔 나무로 태어나 빚을 갚겠노라 하는 작가의 말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맘을 읽어낼 수 있었다. 

   지하철을 오가며 마주하는 옷솔파는 아저씨와의 에피소드 에서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평범하다못해 헐벗은 서민의 애환을 담아내며 공감의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각자의 바쁜 생업에 못내 도와주지 못하는 형편의 세상 착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품성을 바라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평소 힘든 사람의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지만, 작은 바구니에 도움을 청하는 거리의 걸인을 보면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 나자신도 챙기기 버거운 현실이다."  양극화의 이면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아닐까? 엄연히 글도 작가 본연의 창작의 생산물인데, 대한민국에서 글만 써서 먹고 산다는것 자체가 힘든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많은 글쓰는 사람들은 글만 써서는 굶게 되는 이상한 사회구조속에서도 글을 써가고 있다. 적어도 최소한의 공감능력을 포기해야 할 현실에 좌초하기전에 스스로 정신적 고행을 하고 있다. 잘 살거나 못 살거나 하는 개인의 경제적 부의 차이를 떠나 이것이 최소한의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편이라 여기기 때문일 지도... 

 공감, 배려, 동행, 상생의 주제로 <내안에 개있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조각들에서 삶의 중심점을 찾아가고 있다. 사실 제목을 봤을때 다소 파격적인 요소들을 떠올렸다. 다른 이들과 전혀 타협점이 있는 자기중심적인 기제를 떠올렸는데,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는것처럼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를 넘어서, 더욱이 힘겹게 홀로서기해야 하는 작가의 여정이 담겨있었다. 어쩌면 다양한 책을 즐겨 읽고있다는 나의 생각자체가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살펴보면 교과서의 수록된 수필들 이외엔 접하지 않았다. 나 자신이 대중적인 조류에 영합해 성공지향형의 책들에 익숙해 대리만족하고 있었는지도... 

 주인을 끝까지 섬기는 개의 습성은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결합한 합목적성의 이유를 제기하기전에 '생활'자체가 절실한 서민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을 외면해야만 하는 안타깝고 삭막한 세태에서 마음의 자생분을 얻을 수 있었다. 가난해서 착할 수 밖에 없다. 삶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기에, 남이 겪을 박탈감을 배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별기대없이 읽어 내려간 책이지만, 가장 소박하게 맞이할 수 있는 최상의 휴식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