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  로맹 퓌에르톨라의 기발한 상상력을 읽었다.  샹송의 낭만적인 기류가 온건한 프랑스 작가 의 작품이다.  인간이 실현하는 시종일관의 본능이라면 단연 자유의지에 있다 할 것이다. 이 자유를 떠올릴때 흔하게 프랑스 시민혁명을 떠올린다. 그만큼 유구한 역사를 갖추고 있다. 현실에서 전혀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들을 상상이상의 가공력으로 이끌어내는것이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라 할 것이다. 장르불문 여러 종류의 책을 즐겨 읽지만, 사실 판타지 소설은 내게 수면제와 같다. 몇장을 펼쳐든 순간 지루함이 몰려온다. '이게 과연 무슨 동문서답, 황당무계한 공상인가?' 의  의식에서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기도 전에 덮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런데 <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 는 엄청난 가독력을 보여줬다. 책을 정독하는 내게 이 무슨 흥미로운 일인가?  대략 한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280페이지의 책을 훑었다. 처음 몇장을 넘겨볼때 이 이야기가 어떤식으로 서술될 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우연히 밝은세상의 주옥같은 번역소설들을 줄지어 읽게 된 이유도 크지만, 이 이야기는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장 순수한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에서 희망을 뭉글뭉글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반어체 위주의 소설 서술 방식이 아닌, 전적으로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다.  31차례의 이사를 오가야 했던 작가의 이력을  " 항공관제사"의 관점에서 전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글만 쓰는것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못받는 우리의 세태에서 국경 담당 경찰로 문서 위조를 가려내는 전문직에 있는 그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다양한 직업의 삶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써내려 갈 수 있는것이 글의 묘미라 할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의 불란스의 전통이지만, 그에는 주변의 이민족을 수용하는 가운데 고수하는 민족주의가 작용한다. '신의 섭리'를 뜻하는 미녀 집배원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의 한 어린 환자를 알게 된다. '점액과다증'으로 이름붙여진 질환은 선진국에서는 충분히 치유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가난한 모로코의 아이는 변변한 의료의 혜택없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한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질환증상을 아이는 '구름을 삼킨다.'라 말한다. 힘든 순간에도 오로지 입양한 프랑스 엄마를 기다리며 희망의 불씨만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정작 선진국의 과도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제3세계에 유입된 질환을 통해 환경오염의 국가이동을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 곳곳에 남아있는 나쁜 잔재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오염원을 유입시키고서도 그 어떤 공감도 갖추지 않은 선진국에 대한 시사점을 열어두고 있다. 

    가냘프고 앙상한 몸으로 오로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자헤라... 그리고 자궁을 떼어내야 하는 인생 시련을 경험해야 했던 집배원 엄마... 그런데  화산재로 뒤덮인 하늘탓에 답답하기만 하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주술사의 말에 희망을 품어보며, 프로비당스는 관제사에게  하늘을 비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한다. 하늘을 거침없이 비행해 힘겹게 사투하는 딸에게 다가가고 싶은 그 마음이 심금을 울린걸까? 

   마침내 하늘을 난 (?) 비키니 집배원의 이야기는 각국의 국가정상들에게도 전달된다. 참 기막히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제시하는건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은 인류애를 그려내려 했던것 같다. 아무런 관련없는 나비의 날개짓이 커다란 파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의 파급력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를 통해 세계가 하나되어 가난한 국가를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행복함을 그려내려 하는 것이다. 다소 아리쏭하게 하는 비개연적인 전개인것도 사실이지만, 다양한 인생스펙트럼을 겪은 로맹 퓌에르톨라 만의 색채를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