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 만큼 책과 사람과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있다. 고등학교 무렵 집 근처에는 중고서점들이 즐비 해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기 보다는 난 중고서점으로 달려 갔다. 서점 귀퉁이에 앉아 고서들을 찾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들도 고르며 인심 좋은 아저씨 덕에 부담없이 책을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 당시 많은 어린이들이 서점 모퉁이에 앉아 책을 읽었던 모습들이 성인이 된 지금에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책과 함께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또 그 추억들은 내 옷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게 되었다. 책과의 추억은 내게 그렇게 좋은 이미지로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 보고 싶은 유럽의 책마을 곳곳을 돌며 세계의 책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일들을 통해 농촌을 살리고 책과 함께 문화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좋은 발상임을 느꼈다. 인터넷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이 생기면서 동네 곳곳에 있던 중고서점들이 많이 없어졌다. 천 원 이 천원으로 찾던 작은 행복들은 사라졌지만 책과 함께 차를 마시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북까페들이 많이 늘어났다. 예전의 중고책방의 성향과 본질적인 취지는 다르지만 책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읽을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마련해 주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유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책을 통한 잔치나 책마을이 점차 생겨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유럽의 스물네 군데의 책마을을 돌며 진귀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한 폭의 그림같은 멋진 풍경들을 보면서 나 또한 떠나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선진문화에 뒤지지 않고 책마을이 밀집해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농촌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농촌을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어린이도서관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비를 털어 몇 십년간 모은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신 농부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도서관 옆으로 공장설립이 허가되어 도서관 운영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 하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책문화를 살리고 농촌을 살리려는 이런 분들의 취지를 절대 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극 도와 주고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지 못함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책을 살리고 만드는 책방과 출판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는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읽고 사라지고 있는 책방과 책문화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일, 또 그 일을 통하여  출판문화를 살리고  책과 함께 만들어가는 삶은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 낸 최고의 재산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오늘도 내일도 퇴근 길에 중고서점에 들러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