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만큼 전 국민적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사는 늘 뜨거운 감자이다.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서조차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라고 써서

FIFA와 일본축구협회의 항의를 받을 정도이다.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에 대한 항의를 담은

메시지를 축구 경기장에 들고 온 것은

정치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FIFA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였다.

 

 

 

그런데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 말은

역사를 잊어버린 채 일본의 속국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던

우리 나라 국민들을 위해 쓴 글이다. 

 

다른 나라 교과서 문제까지 민감한 이 나라의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우리 역사를 알고 있는가?

 

그저 교과서에서 뜻도 모르고 외워댄 알량한 역사 지식으로

마치 대단히 역사에 조예가 깊은 것 처럼 착각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시점에 EBS의 '역사채널e'라든지

KBS의 '역사저널 그날' 과 같은 대중적인 방송들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역사라는 주제의 대담을 아주 흥미롭게 풀어가는 '역사저널 그날'은

역사가 그저 고릿대적 캐캐묵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도

의미심장한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살아있는 지식임을 일깨워 준다.

 

 

 

프로그램 엔딩 장면에서 한 만화가가

그 날 다루었던 사건에 대한 캐리커쳐를 그리는데,

바로 <조선왕조실록>의 작가 박시백 화백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실의 사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기록된 정사로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는 472년 동안의 기록으로,

그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박 화백의 시도는 기존의 야사 중심의 흥미 위주의 만화가 아니라

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정사를 만화라는 형식으로 보여줌에 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별 기대감이 없었으나,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감각 때문이다.

 

다만 역사의 기록 자체가 부실함으로 인해

별로 담아낼 것이 없는 순조와 헌종, 철종의

이른바 '세도정치' 기의 마지막 두 권의 경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