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미처 큐티를 마치지 못해, 출근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큐티책을 읽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만 ’교회 다니세요?’ 물었다.
참 많이 당황스러웠다.


두 달 전 교회 후배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핸드폰 걸이 나무십자가..
그걸 핸드폰에 거는 데에는 수 없이 많은 머뭇거림과 고민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특히 내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서 나의 모든 면이 다 드러나는
회사에서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싫다.


얼마전 교회 게시판에 모처럼 추천서적이 올라왔다.

안수현?
그 다지 ccm이나 worship에 익숙지 않았던지라
그 계통에서 아주 잘 알려졌다는 그였지만 나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한국누가회라.. 우리 교회에 의사, 간호사가 많은지라
그 이름은 상당히 익숙하다.

군의관 생활을 하다가 33살이라는 나이에 죽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그 짧은 생애를 어떻게 살았길래
이토록 화제가 되고 책까지 나오는가 싶은 호기심에 주문을 하게 되었다.


이 책 <그 청년 바보의사>는 이기섭이라는 분이
안수현 형제의 생전의 글들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그리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지만,
삶 속에서 만나게 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듯이 살아온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쓴 글이 아닌,
삶 속에서 진실되게 적어 나간 살아 숨쉬는 글들이라
읽는 이들의 마음 깊숙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통해 가장 강렬하게 떠 오르는 한 단어는 ’스티그마(stigma)’이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누구나 ’예수의 흔적’이 있다.

그런데, 이 흔적 있음에 감사하고 감동하며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
’real christian’  즉,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중심되신 하나님을 인정해 드리면서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 삶을 살아내는 인생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된 삶인 것이다.


내 인생의 책들이 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책들...
그래서 내 삶을 변화시켰던 책들...

어린 시절 읽었던 이순신 장군, 링컨의 전기,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가장 크게 감명받은 책
A.J 크로닌 <천국의 열쇠>,

가장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았다는 성인
성 프란시스의 삶을 담은 <성 프란시스의 작은 꽃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
피에르 신부 <단순한 기쁨>,

대학 시절 클래식으로의 문을 열게 해 준
신동헌 <재미있는 클래식 길라잡이>,

예비군 훈련 때 읽으면서 가슴 벅차게 흘러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김영애 사모님의 <갈대상자>...

... 그 계보를 이을 만한 책이다.


단지 한 순간의 코끝 찡한 감동이 아니다.

내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가슴 깊은 곳의 부르심을 느끼게 해 준다.

끝없이 자기 연민에 빠져서 원망과 불평만 가득한 삶이 아닌,
나를 통해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게 해 주는 새로운 생명도구의 삶을 살도록
몇 번이고 다짐 또 다짐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특히, 이렇게 살아서 뭣하나 자포자기 하는 절망감 가득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 전에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책을 읽기 전의 당신과
읽고 난 다음의 당신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