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붐을 일으켰던 명품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종방되었다.


두 번째 클래식 앨범..

..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OST가,
무려 세 번 씩이나 발매되는 것이 전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클래식 바람을 일으켰다.

그 중에서, "클래식은 ’종합과자선물상자’이다"라는 제목으로 리뷰 올렸던
클래식 1집에 이어, 얼마 전에 나온 2집을 들으면서
참 마음이 흐뭇했다.


1집이 베를린 필 등의 소위 ’정통파’들의 음원이었다면,
이 번의 2집은 현대의 클래식 음악계에서 각광받는
신진 음악인들의 감각적인 연주들을 선곡하여
클래식의 색다른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1집이 그라모폰의 우수한 연주에서 뽑아낸 점을 들어 추천하면서도,
어딘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그냥 대충 골랐다는 무성의함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 2집은 선곡 또한 만점에 가깝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곡은..


CD1

오펜바흐 : 쟈클린느의 눈물 (비올라 : 리쳐드 용재 오닐)

가슴 깊은 심연에서 슬픔을 길러 오는 노래 ’쟈클린느의 눈물’..

주로 이 곡은 첼로로 연주하는데,
공교롭게도 20대 한참의 때에 불치병으로 죽은
’쟈클린느 뒤 프레’라는 연주자의 이름과 같아서
들을 때 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지는 노래이다.

세상 누구도 나의 아픔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클래식 음악의 진정한 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엘가 : 사랑의 인사 (지안 왕, 첼로 & 외란 쇨셔, 기타)

결혼식 등에서 축가랍시고 어설픈 연주가 판치지만,
여기에 실린 첼로와 기타의 이중주는
원곡이 담고 있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잘 느끼게 해 준다.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운명’ 4악장 ’알레그로’
(베네주엘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 구스타보 두다멜)

연주가 퍽 뛰어나다기 보다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실제 모티브가 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라서
꼭 소개를 하고 싶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라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하는 것이 굉장히 민망하지만,
클래식이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의 산 증거니까..


’베네주엘라’는 세계 미녀대회의 단골 입상국,
메이져리그 야구 선수들로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는 미모가 되었든 재능이 되었든 극소수의 ’선택된 인생’들의 이야기일 뿐,
대다수의 가난한 국민들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다.

극심한 양극화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극도의 불신과 증오를 일으켰고,
어린 시절부터 이들은 갱이 된다.
청소년에게 미래가 없는 암울한 현실...


30 여 년 전, 어느 은퇴 음악가가
낡은 악기들을 들고 베네주엘라의 뒷골목에 나타나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를 ’엘 시스테마’ 운동이라고 한다)

.. 1981년에 태어나서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을 알게 된
’두다멜’이라는 소년은,
21세기 음악계를 이끌 유망한 지휘자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강마에가 ’카라얀’을 모델로 했다면,
리틀 강건우와 석란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그리고 마우스 필은
바로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모델로 했다고 보인다.


얼마 전에 세계적인 한국인 발레리나 강수진 씨에 대한 방송을 보면서,
모나코 유학 시절 콩쿠르 준비를 위해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연습을 했으며,
20여 년이 지나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된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몸이 아프지 않으면
연습을 덜했다 싶어서 자책하게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 들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삼촌이, 형과 동생이 범죄에 의해 죽거나 불구가 되고,
온갖 범죄와 마약 등이 자신을 망치려 드는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음악에 매어달렸던 결과이지 않을까...

... 어른들이 돈 벌기 위해서 짜 놓은 구조 틀에서
짜 놓은 과정에 따라 영어, 수학 따위나 파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가
과연 이 무한경쟁의 세상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켜 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는 인재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 진다.


’절실함’을 발견하고 매달리게 하는 것이 
인생을 바꾸는 교육일 것인데...

.. 이전투구의 밥그릇 빼앗기 전문가나 양성하고 있으니... ㅡ.ㅡ



내용이 많이 벗어났네. 아무튼 계속하면..


CD2

리스트 : 사랑의 꿈 (윤디 리, 피아노)

강마에와 두루미가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잔잔하게 흘러 나오던 음악이다.

윤디 리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인데,
서정성 뛰어나게 연주해 주고 있다.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1악장 
(블라디미스 아쉬케나지, 피아노)

드라마 상에서는, 교향악 축전 참가곡으로
강마에가 시켰음에도,
강건우가 거부하여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바꿔버린
부수적인 곡이다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서..

’황제’라는 명칭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이름은 아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위풍당당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마치 훌륭한 황제가 다스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시에, 가장 뛰어난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의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아침의 잔잔한 시간에 들으면 참 좋다.

여기에 실린 1악장 뿐만 아니라,
2악장/3악장 까지 실린 전곡 감상을 꼭 권해드리고 싶은 명곡 중의 명곡이다.



다소 산만해진 리뷰를 정리하면..

클래식(Classic : 古典)은 수 백년의 시간동안
사람들에 의해 인류 문화의 정수로 인정받아 온 문화가 모여진 것이다.

그 만큼,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무언의 터치가 있다.

가을의 끝자락... 음악이 가져다 주는 감성의 터치를 받아 봄이 어떨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