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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서모임에서

진행을 맡은 문학평론가는, 가난 속에서 이중으로 차별받는

여성의 처지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물론 서른 번이나 읽었으니까 훨씬 미세한 포인트까지 잡아냈겠지만,

설령 내가 그만큼 읽는다고 해서

그러한 점들을 발견했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이해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니까.

와리스 디리라는 생소한 이름의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이 쓴 자서전 <사막의 꽃(Desert Flower. 1998)>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최고의 서평가라 생각하는 소설가 장정일의 서평을 통해서이다.

'아프리카 사막 유목민 소녀가 세계적인 슈퍼모델,

유엔 인권대사가 되기까지의 삶과 꿈'이라는 카피 멘트 만으로는

도무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다.

와리스 디리라는 아프리카 여성이 천신만고 끝에

세계적인 모델이 된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 정도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은

지금도 아프리카 28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명 '여성할례', 즉 여성성기절제술(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이다.

그 중에서도 와리스의 고향인 소말리아의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봉쇄술(infibulation)'이라는 가장 심한 악습을 견뎌내야만 한다.

집시같이 떠도는 여인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여성성기의 대부분을 절단하여 묶고

겨우 성냥개비 구멍만큼만 열어놓아

소변 보는 데 10분, 생리에 무려 열흘이 걸리게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시술 중에 각종 감염이나 출혈, 파상풍 등으로 죽는데,

와리스의 친언니와 사촌 또한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결혼 전까지 여성의 성적 순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소말리아에서 나와 모델로 성공한 와리스 디리는,

여성으로서의 부끄러움과 각종 위혐을 감수하고

여성할례의 실태를 각종 매체와 강연, 저술을 통해 알리고 있다.

"남자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자들이 진정하고 세상을 좀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서야 자신들이 여성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351~352쪽)

와리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결론을 맺는다.

"여자의 충절은 야만적인 관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얻어야 하는 것을 안다."

참 마음이 불편했지만 카프카의 말처럼

도끼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