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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정계를 은퇴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낼 즈음

유시민 전 장관의 강연회에 참석했었는데,

고 문익환 목사님의 가정에서는 식사 시간마다

온 가족이 신앙은 물론 정치와 사회 등 전 영역을 망라하는

난상토론이 벌어지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바로 이런 집이 '명문가정' 아닙니까?"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활발한 대화의 꽃을 피우는 가정이 명문이지,

고작 돈 좀 있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명문이 되어지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고등학생인 아들 김희림 군의 질문과

아버지 김기현 목사님의 답변으로 구성된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를 읽으면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이런 편지가 오고가는 이 집안을

'믿음의 명문가정'이라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의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뜨거운 감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매 챕터마다 도저히 고등학생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폭 넓은 독서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아들의 예리한 질문과,

이 것을 너무나 귀하게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대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요즘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C.S 루이스가

곳곳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나니아 연대기>,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와 같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책들은 물론,

<인간폐지>라든지 <기적>과 같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루이스의 변증서들이 적시적소에 인용되고 있다.

루이스의 책을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탁월한 실례이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표지 디자인 및 내용 편집이 너무나 훌륭했다.

중요도에 따라 적절하게 폰트를 달리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읽어야 하는지

한 눈에 알려주는 책은 처음이다.

굳이 아쉬움을 언급한다면, 매 주제가

한 번의 질문과 대답으로 끝나서

좀 더 깊은 논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정도?

그것은 김기현 목사님의 지금까지 나온 저서들과 앞으로 나올 책들,

그리고 이 책 후미의 참고서적들을 참조하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해 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읽는 내내 흐뭇하고 놀라웠던 이 책을,

개인적으로는2013년에 나온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