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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상들에게 '충성'이란 으뜸 가는 덕목이었다.

심지어 이를 위해 하나 뿐인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한다.

도대체 충성이 무엇이길래?

초패왕 항우와 한왕 유방 가운데 결정적인 차이가 난 것은,

다름 아닌 아랫 사람들의 충성심이다.

칠칠맞지 못한 어설픈 임금이었지만,

유방에게는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 충성하는

왕릉, 기신, 주가, 종공 같은 충신들이 있었다.

왕릉은 홀어머니에 대해 지극한 효심이 있는 사람인데

유방을 살리고자 미처 어머니를 돌보지 못한다.

이후에 초패왕이 왕릉을 회유하고자 그 어머니를 붙잡아 왔으나,

아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고자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기신은 위기에 처한 유방을 대신하여

항우 앞에서 유방 행세를 하다가 대신 죽게 되고,

주가와 종공은 불과 얼마 안 되는 병사들과 함께

옥쇄의 각오로 성을 지킴으로써 한왕의 행로를 지킨 인물들이다.

초패왕은 이러한 충신들이 없음을 거듭 한탄하지만...

오히려 장자방의 반간계에 넘어가서

군사 범증을 오해하여 낙심으로 죽게 한다.

읽으면서 왠지 서글퍼졌다.

인간적으로 훨씬 매력 있는 항우보다,

추악하고 교활한 본성에 기껏 사람들을 이용해 먹을 줄만 아는

유방 따위에게 자신의 목숨 까지 바치는 것이 충성일까?

도리어 별 가치가 없는 인간이기에,

충성이란 덕목을 과대포장하여

마치 대단한 것인 양 사기치는 것 아닌가?

충성이라는 지배층 이데올로기의 관점으로 쓰여진 역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