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 ost는 이례적으로
한국어판으로 두 종이 나와 있다.
이 것은, 다분히 초연 때부터
지킬 박사 역을 맡아 온 ’조승우’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매니아들은 초연의 두 명의 지킬 박사의 성을 따서
각각 조지킬(또는 ’조킬), 류지킬(또는 ’류킬’)이라 부르고,
이후 조지킬은 뮤지컬 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을 넘나드는
명실공히 한국 뮤지컬의 최대 스타가 되었고,

.. 류지킬은 성악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본기에
꾸준한 노력으로 연기력 또한 날이 갈수록 무르익어,
한국 뮤지컬계의 4대 배우 중 한 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난 <지킬 앤 하이드> 음반이,
두 명의 지킬 박사의 노래를 골고루 담다 보니깐,
한 음반으로 두 명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주인공에 집중하여 공연을 즐기듯이 
들을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 이 2006년 ost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을 
관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던 장본인인
지킬박사 조승우의 진가를 느끼게 해 주는 음반이라 하겠다.
지난 음반에서 다소 아쉬웠던 노래이며 나레이션이 
전년에 비해 엄청난 향상을 절감하게 해 준다.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금 뮤지컬을 보는 듯한 명반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엠마 역의 이혜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로테,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으로
잘 알려진 배우인데,
80년생인 조승우에 비해 거의 열 살 가까이 많아서
연인이라기 보다는 큰 누나나 엄마 같은 느낌을 준다.

더우기 루시 역의 이영미는
지난 작품인 <헤드윅>의 잔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절망하다가
지킬을 통해 사랑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낸다 하기에는
너무나 목소리가 강렬하다.
뭔가 소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너무 튀고
캐릭터에 몰입도 잘 안 된다.

상대적으로 김선영의 경우에는,
강함보다는 투박하면서도 애절한
루시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공연이
바로 이 <지킬 앤 하이드>이기 때문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아쉬운 점은, 비쥬얼이 뛰어난 조승우의 연기를 담은
DVD를 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뛰어난
조승우 지킬을 언제 쯤엔가 다시 볼 수 있을까..


정리해 본다.
이런 저런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 이 2006년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뮤지컬 ost 중 가장 소장가치가 높은 음반이라 하겠다.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
향상된 앙상블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
소니BMG의 깔끔한 음질 등이..

.. 공연의 감동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곧 있을 이번 2008년 <지킬 앤 하이드> 공연에서도
새로운 목소리의 지킬 / 엠마 / 루시의 ost가 발매될 만큼 히트를 쳐서
’브로드웨이의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 칭해 지는 이 명작 뮤지컬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 만의 꿈이, 나 만의 소원 이뤄질 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버린다.
지금 내겐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뿐."

                                                   (<This is the Monent>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