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뮤지컬을 참 좋아한다.

단지 공연으로서의 뮤지컬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 다루고 있는 원작의
문제의식 까지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삶 속에 적용하려고 한다. 

뮤지컬이 다루는 범위는 참 넓다.

나를 뮤지컬의 세상에 빠지게 만들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그저 옛 이야기로만 치부될 뻔한 명작들을
그저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또한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는 점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스티븐스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쥴리에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가스통 루르의 <오페라의 유령>,
T.S. 엘리엇의 <캣츠 (원작명 :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 <레 미제라블>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올 2008년에 처음 본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나 자신의 문제에 침잠해 있던 
나의 숨어있던 감성을 깨워준 명작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센스 공연을 본 다음, 
DVD를 통해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을 보고, 
이어서 1956년의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런 다음,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까다로운 프랑스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고자 애쓴
번역가의 수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인 이 책은, 
첫 부분에는 위고가 자신이 살던 18세기와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5세기의 파리를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건축물을 통해 그 시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메시지에 주목한다는 점은, 
대문호의 탁월한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이하 이야기들은 영화의 내용, 
뮤지컬의 내용과 비교해 가면서 재미있게 봤다.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 
아름다운 집시여인 라 에스메랄다, 
멋진 근위대장 푀뷔스,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유시인 그랑구아르...

... 시대를 거슬러 살아나는 인물들...



여러 인물 중에 내가 가장 공감을 하면서 본 인물은, 
부주교 플로르였다. 

영화에서는 그저 콰지모도와 라 에스메랄다를 괴롭히는
음흉한 악당으로만 묘사되는 인물이지만,
원작과 뮤지컬에서는 이 사람을 아주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한 평생 여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사제의 길을 걸어가는 그에게, 
라 에스메랄다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의 출현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으리라. 

그런 그가 결국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절망으로 
라 에스메랄다를 죽이고 자신 또한 파멸의 길로 치달음을 보면서, 
사랑이 과연 그토록 제어가 불가능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한다는 것은,
참 크나큰 축복이다.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고전이란 과연 이런 것이구나,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책이다. 

빅토르 위고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어,
또 다른 명작 뮤지컬의 원작인
<레 미제라블> 전집도 사 두었다 ^^;; 

언제 다 볼 지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