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입니다.
그 음색이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할 뿐만 아니라,
연주자가 악기를 온통 껴안고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를 하는
유일한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1996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듣고서는
첼로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발트해 연안 라트비아 태생으로,
실제로 포로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가을철에 참으로 어울리는 악기였습니다.
파블로 카잘스, 피에르 푸르니에, 야노스 슈타커,
다니엘 샤프란,얀너 빌스마 같은 노 대가들의 중후함과,
마이스키, 요요 마, 뒤 프레, 오프라 하노이 그리고 장한나에 이르는
역동성 있는 신진들의 재기 넘치는 연주까지 아우르는
첼로의 진정한 대가가 로스트로포비치 입니다.
이 음반은 로스트로포비치 사후 1주년을 기념하여,
워너 클래식에서 보유하고 있는 귀한 음원을
6장의 CD로 묶어낸 소장할 가치가 있는 기념음반입니다.
특히,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 없는
20세기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이 상당 수 포함되어
그 가치가 더욱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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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장의 CD에 대해 짧게나마 리뷰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D1.
17세기 바로크 초기의 음악들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함이 마치 신을 떠올리게 한다면,
첼로의 음색은 그야말로 신산스런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몸부림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음율은 이 모든 인간의 아픔까지
담아낼 만한 넉넉함이 느껴지는 영혼을 위로하는 연주를 들려 줍니다.
CD2.
모든 시대의 음악가를 통틀어 현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려낸
안토니오 비발디의 협주곡, 그 외에 목가적 느낌의 타르티니의 협주곡,
마지막으로 바로크 음악과 고전(Classic) 음악의 가교 역할을 하는
C.P.E.바흐(J.S.바흐의 둘째아들)의 협주곡이 담겨진 음반입니다.
리드미컬하게 전체 악단을 이끌어가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대가다운 풍모가 느껴지는 음반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CD3.
이름있는 모든 첼리스트들의 기본 레퍼토리이며,
동서고금 최고의 첼로 협주곡으로 손꼽히는 드보르작의 협주곡,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애잔함이 잘 담겨져 있는 챠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담겨져 있습니다.
웅장함과 섬세함이 겸비된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과연 거장이구나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합니다.
CD4~6.
이후 석 장의 음반에는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로부터 펜데레츠키에 이르는
20세기의 음악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곡들 중 상당수는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된 곡이며,
그 외의 곡들 또한 최고의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곡들입니다.
그와 함께 듀오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을 연주하며
명반을 남기기도 했던 벤저민 브리튼은
이러한 명 연주자와 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작곡가들은 행복하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곡들이 처음 듣는 곡이라서
새롭게 배워가는 마음으로 들으면 좋은 음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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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연주가를 기리는 이런 기념비적인 음반을,
음원의 소유권을 넘어서 제작한다면
음악을 듣는 이에게나 음반을 만드는 이들에게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대 음악을 두 장 정도로 줄이고,
한 장에는 그야말로 클래식의 황금기이며
로스트로포비치라는 연주자의 이름을 드높였던
베토벤 첼로소나타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리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면...
... <굿바이 클래식>을 외치는 이 시대에
그게 아니라고 당당히 외칠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 보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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