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house poor)'라...

언뜻 모순형용적으로 비춰진다.

빚이야 있겠지만 강남에 10억 짜리 아파트 가지고 있고,
월급이 한 사람에 500만원 넘는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하는 건...

... '절대적'으로 가난한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비아냥거림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 과연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가면서 책장을 넘겼다.



하우스 푸어란, 정리해 보면 대충 이런 소리다.

3~4년 전 아파트 광풍에 고민 때리다가
막차 탈려고 대출 왕창 때려서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이든 신규 분양이든
받은 사람들은,

... 사정 없이 올라주기를 바랬던 집값은 집값대로 떨어지고,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의 부담은 엄청나고,
생활비의 부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 지는...

... 그야말로 가난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PD 수첩>의 김재영 PD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정리한 수 많은 자료를 
설득력 있게 수록 해 놓은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경제 서적 치고는 지나치게 잘 읽힌다.
남의 얘기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경제 관련 책 중에 이 처럼 리얼리티를 잘 살린 책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씁쓸하다.

대한민국의 서민은,
결국 사는데 꼭 필요한 주택 구매 마저도
제한된 정보와 권력에 의해
피땀 흘려 모은 재산까지 수탈당하는 시스템 가운데 놓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함을 겪는구나... 젠장...ㅡ.ㅜ



대한민국에서 서민으로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개천에서 난 용이 안 되어도 되니깐,
그저 살아 남을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온통 유리천장이 있고,
절대로 못 뚫으니깐 포기하라는 소리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에서 들려왔다.

좋은 책이고 꼭 읽어야 하는 책임에도
별 하나를 깎은 이유는,
집 값이 아무리 내려가도 여전히 구입할 엄두도 못 내는
내 한심한 자존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