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의 마지막 날...

비가 살살 내리는 가운데
양화진과 옆의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을 다녀 왔다.

예전에 선교사님들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었는데 못 가보고,
이제서야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찾아간 것이다.



100주년 교회에서 너무나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었다.

황폐화 된 언덕 묘지를 이처럼 잘 가꾸고,
또 방문하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자
기념관 및 해설을 하는 모습...

해설도 참 좋았지만,
이 귀한 초기 선교사님들의 믿음에 대해 
보다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근처의 '양화진책방'에 들러
전택부 <양화진 선교사 열전>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양화진에 뭍힌 선교사님들의 삶에 대해
열전 형식으로 간략하게 서술해 놓은 책이다.

20년 전 황폐화 된 양화진이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인해
사라질 상황에 처하자
전택부 장로님이 분기탱천하여
여기에 뭍힌 귀한 선교사님들에 대해
뜨거운 마음으로 써 나간 글들을 묶은
<이 땅에 뭍히리라>라는 책을
다시 정리하여 발간한 것이 이 책이다.



자신의 젊음을 조선의 환자들에게 들여
결국 전염병에 걸려 34세의 젊은 생애를 마무리했던
양화진에 가장 먼저 뭍힌 헤론 선교사님,

한국선교의 아버지인 언더우드 선교사님,
근대 교육의 개척자인 아펜젤러 선교사님,

구한말 어려운 조선의 운명을 짊어지고
최선을 다해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을 돕던 헐버트 선교사님, 

<대한매일신보>를 통해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린 베델 선생님,

백정들을 교회로 들임으로써
신분 차별이 만연했던 조선 교회에
하나님 안에 평등한 교회를 이루어낸 무어 선교사님,

민족운동의 동역자로 이상재, 이승만 등
기라성같은 독립운동가들을 그리스도의 길로 이끈 벙커 선교사님,

일본 사람이지만
조선인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못해서
수 많은 조선 고아들을 길러낸 한국 고아의 아버지 소다 가이찌 선교사님,

한글 신/구약 성경 번역을 통해
진정한 한글 보급을 이뤄낸 레이놀즈 선교사님,

온 가족이 평양 선교 및 의료 선교의 길을 걸었던
윌리엄 홀, 로제타 홀, 셔우드 홀 선교사님 가족,

그 외의 터너, 베어드, 브로크만, 구세군 선교사님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년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 126:5~6)"

이 분들의 수고와 눈물과 희생이
오늘날의 한국 교회를 이뤄내었다.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기도문이 생각난다.


 언더우드의 기도 : 뵈지 않는 조선의 마음


오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앉히셨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있는 조선사람 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이 고통인 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 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찌하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진정으로 귀한 인생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못한것을 버리는 것은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짐 엘리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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