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곳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습니다.연명하기 위해 한 끼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음식의 맛있는 그 쾌락을 즐기는 것입니다.또 어느 곳에서는 음식은 날마다 넘쳐서 버려야 할 지경이면서, 또 어느 곳에서는 부족하여서 세끼를 다 먹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기도 합니다. 이런 탐식과 기아가 공존하는 시대에 먹다라는 주제로 생의 근원을 탐구한 식(食)의 본질을 묻는 책이 있습니다.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의 숭고함에 관하여라는 작은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작가인 헨미 요는 일본의  기자이면서 저널리스트입니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세계(15개국)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음식에 관하여 체험하며 나눈 이야기들입니다

" 가는 곳마다 먹는 인간이 있고 지금 그 음식을 먹는 데는 넘치도록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먹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으 둘러싸고 알려지지 않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오로지 그 인간극의 핵심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나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유별나게 먹고 마시기를 되풀이했다.... 나는 '먹는 인간' 이라는 짧고도 형이하학적이며 까닭 없이 애잔한 인간의 주제를 발견했다. 고매하게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에 의존해 '먹다' 라는 인간의 필수 불가결한 영역에 숨어들다 보면 도대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그 광경을 그린 것이 이 책이다"-p346

이 책은 1994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본문에는 이미 오래전 환경과 상황들이 나오지만  먹는다는 근원적인 행위와 의미는 현재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여행의 서막은 가난한 아시아의 맛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부자들의 연회에서 남긴 음식들을 신선도에 비례해서 판매를 합니다. 남긴 음식에도 격이 있다고 할까요...빈민들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삶속에서도 최소한의 음식으로 연명하지만 밥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물에 담궜다가 이튿날 아침에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는다고 합니다.이들에게는 먹는다는 것이 삶과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한 끼는 그저 그냥 건너뛰어도 무방하고 남는 음식은 그냥 버려져도 아무런 느낌도 없을 때가 많은데 남긴 음식 앞에서 조금 숙연해져야겠습니다.타이에서는 일본 수출용 고양이 통조림 공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뒤바뀌버린 생산과 소비의 구조에 대한 서글픈 현실을 만나기도 합니다.귀중한 수산자원을 잡을 수 있는대로 잡아서 싼 노동력으로 가공하고 일본의 반려동물에게 먹이면 그만이라는 자본주의 이념입니다.

음식에는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가 깃들여 있습니다. 베트남의 쌀 국수를 만나는 챕터에서는 하노이 시민들이 쌀 국수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전에 비해 평균2~3분은 짧아졌다고 하였습니다.예전에 전쟁중일 때 베트남에서는 쌀 국수 한 그릇으로 버텨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아껴 먹었지만 지금은 경제가 조금 나아져 괜히 바빠져 식사시간이 짧아졌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먹는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고 만날수가 없었다고 합니다.먹는 풍경이 뭔가에 납작하게 눌려 부서져버렸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이나 그때나 기아에 허덕이는 것은 그 어떤 국제기구나 정치도 그들의 먹는 것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작가는 그 때 만난 한 소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하다.미안하다...에티오피아에서는 여행중 농가에서 흙이 섞인 강물로 끊이고,커피에 흙이 묻고 깨진 찻잔과  촌스러웠지만 그 촌스러움으로  오히려 커피 맛을 돋보이게 한 걸작 커피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설탕대신에 소금을 넣어 먹는 커피는 깔끔한 맛이라고 하는데 그 맛도 궁금하네요

체르노빌 원전에서 30km 떨어진 러시아의 마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도쿄의 몇십배가 되지만 위험지대에 사는 노인들은 그래도 음식을 먹습니다.먹고 그날 그날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지요.살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기도 하겠지만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면 그들의 마음에는 안전한 것일수도 있겠지요.대한민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주 오랜된 추억 속 음식들에 대해 나누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듣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말해보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맞춰볼테니까...-미식예찬 p241

우간다에서는 1993년 런던에서 살다가 돌아와  즉위한 왕을 만나게 되는데요.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오보테 정권의 군대가 왕궁을 공격하고 우간다에게서 연방 형태로 이어 오던 부간다 왕제를 폐지한 1966년에 국왕이자 대통령이던 부군 무테사2세와 영국으로 망명해서 살았습니다. 영국 망명 중 피시 앤 칩스에 친숙해진 왕은 왕궁에서도 피시 앤 칩스를 먹는다고 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과연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환경은 음식을 양산하고 그 음식에 길들여져 가는 것은 살기 위한 본능일 것입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린 결국 한 끼를 먹으므로 해서 생명을 영위해나가는 존재입니다. 세계 각곳에  펼쳐진 기아와 전쟁, 빈곤등의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아라.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어라..작가의 여행 모토는 먹는 성스러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