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책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동을 받게된다. 색깔과 선으로 단순하지만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한 작가의 그림에서 오는 감동이었다. 카티프란 나이도 많지 않은 85년생 작가의 처녀작인데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작품임에 분명하다.

 

     이 책은 글의 스토리를 읽어주는 나레이션은 검은색 글씨로, 녹색소년의 말은 몸과 같은 색인 녹색으로, 붉은거인 역시 몸과 동일한 빨간색으로 대화내용을 적었으며, 그 외에 모든 묘사는 아주 단순하고도 많지 않은 원색을 사용하고, 선과 점의 활용, 그리고 음영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다리가 없는 목발을 짚고 살아가는 녹색소년, 다른 사람들과 달리 거인의 몸을 갖고 있어서 숲속에서 숨어서 사는 붉은거인의 소외된 삶 속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또한, 그러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두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이 나오고, 결국 주변 인물에 의해 녹색소년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고, 붉은거인은 녹색소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소외된 사람을 괴롭히고 악한 인간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며 모두 없애고자 물로 쓸어버리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물로 심판하시는 ‘노아의 홍수’를 생각나게 했다. 물로 소년과 거인을 아프고 슬프게 만든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는데, 사람들, 무서운 총, 탐욕을 부르는 돈 등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쌓은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현재 나의 모습이 붉은거인이 생각하는 추악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금방 무너지고 없어질 나약한 것들에 미련을 두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