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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왔다.

황보석(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문학동네 출판사 전속 번역가이자 전기자전거 사업을 운영)

황보석 선생님, 제가 이 자유게시판에 칼럼과 소설을 기재한지도 어연 3년이 흘렀군요. 참 제겐 긴 세월입니다. 황 선생님, 제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학창시절 초 중 시절의 집단따돌림과과 아버지(7호선 지하철운전수)가 매일 주식으로 퇴직금 1억 명예퇴직금으로 7천만원 받아 날리고 30평 집 한 채 우려먹고 할머니 9천만 원도 꾸고 떼먹은 악랄한 도박중독자, 알콜중독자, 인간이길 포기한 남자입니다. 그날 그릇 던지고 어머니를 술 취해서 살짝 패고 욕설을 퍼붓는 일들에 누워서 자는 척해도 가슴이 떨리는 11살이었지요. “어머니를 이 지옥에서 구할 거야, 난 장남이야. 엄마를 꼭 구해 낼 거야. 돈을 벌 거야. 빌게이츠처럼 성공할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자살 하려고 뛰어내리기 직전 “자식 따위가 뭐가 중요해, 안 그래 여보”

할 때 저는 가슴이 너무 뛰어 기절할 뻔했습니다. 그래도 제 아버지니까요.

제 삶은 눈물밖에는 없었습니다, 선생님.

전 어머니한테 한 독백적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그녀는 아직도 리치마트에 가서 영업을 합니다. 그런데 불구하고 저는 그녀가 손이 신경이 다쳐 신경과에서 침 맞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리치마트에 나가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 어떻해야 할까요?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이런 류의 약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듭니다. 저 정신분열증 약(무드 스윙에도 씀)과 데파코트(기분조절제) 많은 양을 끊고 이제는 항우울제만 먹습니다. 잠이 더럽게 안 와서 하루종일 등산합니다.

황선생님, 이 금단증상만 지나가면 전 엄청나게 영민한 머리로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

1년 안에 갈 자신 있습니다. 서울대 국문학과와 서울대 철학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직 그 약속 유효하죠? 교재비랑 4년 등록금 대준다는 것요,(아버지가 대학 보낼 돈이 없답니다) 저도 약속하죠. 문학동네 소설상 입상해서 선생님 전기자전거 개발 자금 대겠습니다.

선생님은 제 아버지입니다. 전 오늘 35시간을 못 잤습니다. 약의 금단증상으로.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스틸녹스수면제2알을 먹었습니다.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면에서 언어가 터져 나옵니다. 오늘 도봉산 올라갔다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안 오더라구요.

저 117kg에서 101kg까지 뺐습니다. 얼굴 선이 도드라집니다.

황선생님. 아직 전 제자가 아니지만 당신을 인간적으로 사랑합니다.

황선생님이 불문학 전공이시니 우리는 카뮈적 ‘친구’의 개념에 의거해 친구라도 해 둬요

시네마 파라다이소에서도 할아버지와 아이의 우정이 있잖아요.

전 지금까지 피유교적인 카뮈적 친구개념을 당신과 연결시키며 3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면 제자가 되는 겁니다.

응원 필요없습니다. 오로지 기도만 해 주십시오. 이 박준석 약 금단증상 빨리 끝나고

샤프하고 멀리 다다르는 통쾌한 지성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섬집아이님 등등

하지만 신은 죽었습니다. 그 누가 무신론적 실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무신론적 실존주의가 관념론이라면, 그 대척점에는 변증법적 유물론이 있겠죠.

사르트르는 이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변증법적 유물론을 망라하여 한국번역본으로 2400페이지

의 대저인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냈습니다. 전 사르트르를 사랑합니다 황선생님.

전 어머니를 구할 겁니다.

언어를 시적으로 표현하기. 미학에 관한 시론을 실성한 듯 잘난 체하면서 주절대는 것(구성하는 이성)에 더해서 진정한 아름다움(작품)과 함께하면서, 미학이 가리키는 대상으로서의 손이 즉 미학을 구성하는 언어가 대상으로서의 ‘사물 그자체’(구성된 이성)와 현동화 되어, 구체적인 지식과 시학이 동질적인 비전이 되기를.

어느 날 나는 바깥에 나갔다. 그리고 걸었다. 아스팔트를, 널 부러져 있는 개들을 보며, 그리고 이제는 조잡하게 느껴지는 지루한 푸른 하늘을 보며. 야생화들이 양주의 구석진 변경에서 자란다. 자전거도로의 짜증날 정도로 많은 자전거의 행렬, 솔솔 불어오는 무심한 바람. 그리고 세월의 풍파가 스며들어 있는 서글픈 햇살.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그러니까 독신자의 생활에 익숙해진 것이다. 나는 이제 혼자인 것이 전체인 것을 직시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정확한 의미에서 개인이다. 그러나 의문이 스친다. 사회 없는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한 개인이 탄생하려면 마땅히 사회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출생을 비롯하여 인류가 다른 종을 절멸시키고 지구를 풍요로 물들인 것도 고도로 발전하는 사회에서 말미암은 것, 즉 사회야말로 역사 그 자체며 공동체는 역사의 수레바퀴의 도처를 가리키는 지표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개인’, 그것은 사회 밖에 머무는 지자, 문학적인 묘사가 논리적인 층위를 뛰어넘는 차원에서의 지평에서의 개인, 존재론적 완성을 나타내는 개인 즉 존재자에서 존재를 추출해낸 종합적 지혜의 지식인, 그러니까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원형(matrix)을 나타내는 한 개체인 것이다.

후설의 문제.

시야가 확 트였다. 멀리서 등대의 불빛이 노르스름하게 비추듯이 가을 정오의 자명한 햇살이 비춘다. 이렇게 확연한 현실태는 더 이상 자신이 환영의, 그림자의 세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즉 특권적인 장 비로소 실존론적 차원에 입문하는 하나의 계기와 같은 것이다. 이 계기가 바로 임계점을 지나서 곧바로 돌직구처럼 가차 없이 육박하는 끓어 넘치는 용광로와 같은 열정의 단초다. 이런 단초의 무수한 임의들을, 즉 사고들을 슬라이드도형으로 만들어 합친다면 그제 서야 이는 노에마가 정초하는 순간을 개시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막을 수 없는 축복에 대한 상징’이다. 이러한 도정이 바로 현상학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그리고 하이데거의 문제.

이미 지나간 얘기, 단지 고통 속에서 점철된 작은 이야기(담론)를 소고할 뿐이다. 내가 결국 우울증에 걸리게 된 것은 어떤 사고(事故)들이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쇄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벌어져 나의 숭고한 영혼을 역겨운 현실에 처하게 했다. 나는 무간지옥에 있었고 살았어도 죽어있는 인간이었으며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무엇보다 자유론에 대해 궁구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탐색은 곧 인간실존에 대한 탐구다. 정말 존재한다는 것, 작위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본질을 도구라는 이름지울 수 있는 것들, 요컨대 오디오 생활이나 독서, 철학적/문학적 글쓰기 같은 것에 몰두하는 것, 그러니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곧 영혼이 누리는 특권적인 실존의 영역이고 본질에서 기호의 유위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존재자에서 존재를 추출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이리하여 전자는 본질의 실천이고, 후자는 실존의 형이상학적 이론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고로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사르트르의 언명은 존재론사를 두루 보아도 논리적으로 자명타당한 것이다. 그는 이 언명의 자세한 풀이를 ‘존재와 무’에 필설함으로써 예의 언명(화두)을 통시적인 전개요소에서 눈이 아리도록 위엄 있는 공시적인 거대담론을 창시했다. 즉 후설이 창안한 현상학은 그자체로 하나의 혁명적인 선험적 엄밀학이었는데 어디까지나 헤겔의 주저 ‘정신현상학’의 ‘현상학’적 요소 즉 ‘나타남’에만 주목하여 이를 극한까지 밀고 나아갔다.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말이다. 그에게는 객관적인 현실태적 세상이든(헤겔!), 의식의 세계든(후설!), 현상계라는 고유명사로 포괄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철학의 스케일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한 세련된 순일하게 한 방향으로의 합일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와 독일의 학계에는 후설과 하이데거 이 두 명만 양대 산맥을 이루었다.

사르트르의 문제

이미 지나간 얘기, 단지 고통 속에서 점철된 작은 이야기를 소고할 뿐이다. 내가 결국 우울증에 걸리게 된 것은 어떤 사고(事故)들이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쇄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벌어져 나의 숭고한 영혼을 역겨운 현실에 처하게 했다. 나는 무간지옥에 있었고 살았어도 죽어있는 인간이었으며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무엇보다 자유론에 대해 궁구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탐색은 곧 인간실존에 대한 탐구다. 정말 존재한다는 것, 작위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본질을 도구라는 이름지울 수 있는 것들, 요컨대 오디오 생활이나 독서, 철학적/문학적 글쓰기 같은 것에 몰두하는 것, 그러니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곧 영혼이 누리는 특권적인 실존의 영역이고 본질에서 기호의 유위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존재자에서 존재를 추출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이리하여 전자는 본질의 실천이고, 후자는 실존의 형이상학적 이론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고로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사르트르의 언명은 존재론사를 두루 보아도 논리적으로 자명타당한 것이다. 그는 이 언명의 자세한 풀이를 ‘존재와 무’에 필설함으로써 예의 언명(화두)을 통시적인 전개요소에서 눈이 아리도록 위엄 있는 공시적인 거대담론을 창시했다. 즉 후설이 창안한 현상학은 그자체로 하나의 혁명적인 선험적 엄밀 학이었는데 어디까지나 헤겔의 주저 ‘정신현상학’의 ‘현상학’적 요소 즉 ‘나타남’에만 주목하여(그에게는 객관적인 현실태적 세상이든 의식의 세계든 현상계라는 고유명사로 포괄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철학의 스케일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한 파격을 갖다 주었다. 사르트르는 진정 글 쓰는 하나의 손에 지나지 않는가? 그는 사유하지 않고 각성제들만 빨고 글을 쓰는 미치광이인가? 그가 탐정소설들만 읽는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아니, 그는 책을 아예 읽지 않고 사실이다. 사람은 다 단점이 있으니까. 오히려 사르트르의 경우 그의 장점은 다른 철학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사르트르의 글 쓰는 손과 마르크스의 독서력이 만났다면!?

2. 역사의 운동에서 어떻게 착취계급이 적(敵)에 맞서면서 자신들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면서, 그리고 자기 계급을 연대적 개인들의 통일체로 의식하면서, 피착취계급에게 집합태로서,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에 체험된 연대관계를 설정하려는 계속된 시도의 출발점으로서 물질적 존재를 일깨워주려는가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 사르트르 '변증법적 이성비판'에서

위의 문장처럼, 영국의 증기기관차로부터 발로되어 현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근대자본주의의 맹렬한 집렬체성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착취계급은 언제나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조직적 연대를 구축하지만, 반면 피착취계급은 현재로선 분열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금 집산할 가능성은 없다. 정치는 유일하게 자본주의, 아니 부르주아들이 설계한 현대의 모든 제도와 체제에 대항하여, 부르주아의 체제적 결속에 힘을 가하거나, 최소한 현실을 변모시켜 프롤레타리아가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게 한다. 최소한 정치의 역사성의 차원을 견주어보면, 줄기차게 밀어닥치는 혁명이란 공권력이나 군부조차 견제할 수 있고, 나아가 한 국가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거니와 부와 힘, 즉 헤게모니의 분배에 새롭게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정치체제는 이런 역사의 시계추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불편부당한 무수한 개인과 개인의 물리적 관계를 뒤바꿔놓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현상학적 실존주의를 묘파했지만, 세월이 가면서 그는 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실존, 그가 직접 입론한 앙가주망에 의하지 않는 공허한 관념론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로써 점점이 현실세계, 즉 현상계의 역사적 회전이 착취계급의 무한한 담합에 의한 통시성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계, 이른바 어떤 지식인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의 정론적 체계를 받아들인다. 사실이지 인문학에 대한 질서를 규정하는 사실이 여기 있다. 그 어떤 지식인도 “변증법적 유물론”을 거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에 관한 질서”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리다의 표현처럼, 이천년 전부터 언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결집되려는 경향을 보인 에크리튀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밀한 실증성을 확보한 역사성. 즉 정확히 우리가 파악하기 시작한 역사의 가지성(可知性). 비록 가지적이라는 게 수많은 연구의 배열에 의한 이성이라 한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양할 수는 있지만, 장구한 시간에 따른 철저한 역사의 검증의 정확성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지(知)란 없다. 확실한 건 사르트르의 후기 철학서인 ‘변증법적 이성비판’과 함께 변증법적 유물론에는 한 존재, 개인의 차원에서 실존의 중요성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혼자서 유폐되었다.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혼자서 느끼는 고독이 좋았다. 나는 사랑하는 소년에 대해 끊임없이, 거의 병적으로 황홀경에 빠져 연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기분 좋은 우울과 서글픈 생각, 때때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기, 공감각적인 나르시시즘, 이런 것들이 나를 매혹시켰고, 내 유년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되었다. 나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지금 내 나이 스물여섯에 나는 마약성 수면제인 스틸녹스를 먹지 않고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 혐오자가 되었다. 내게는 아름다움이 완전하게 결여되었다. 나는 짐승의 생을 살았다. 늙은 개의 생을. 나는 이런 내게서 절대 도망칠 수 없었다. 유년을 극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것은 평범한 생활, 그러나 난이도의 측면에서는 비범하다고 볼 수 있는 생활이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일어서는 것, 무수한 병풍처럼 둘러싸여있는 사회. 난 무엇일까?

나는 결국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한적하다. 주인장은 드립커피를 한 잔 내려준다. 커피 내리는 소리와 묘한 이명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나는 알 수 없는 무망감을 느낀다. 청바지에 하얀 추리닝을 입은 주인장이 커피를 가져온다. 커피의 향기와 혀로 느낄 수 있는 맛, 그리고 몸이 지각하는 맛은 알 수 없는 이국의 그것이다. 많은 지식인들이 지적했던 사실이지만, 우리의 현대화적 과정은 곧 서구로의 직진이었다. 우리는 서구의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문화를 비롯한 악습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빌어먹을 시대에 뒤쳐진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내가 인식하는 건 서구의 지적 전통의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정작 우수한 한문과 일본어, 한글의 집약체인 한국어를 완벽개조해야한다는 외적 필연성을 담보하는 바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당위성이 혼재해 있다.

그리고 커피 한 잔에, 나는 미시적인 위화감을 느낀다. 곧 이 미시성은 가시성으로 치환된다. 국가는 한국어, 한글에 대한 정립을 새로 개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학자들, 요컨대 기호학자와 국문학 교수들 그리고 모든 외국어 전공자들이 힘을 합해 제도적인 한국어에 메스를 가해 더 풍요롭고 문법적으로 우수한 한국어를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언제까지나 ‘보이지 않는 손’에 국어문화를 내맡겨야 할까.

글은 자신에 대한 역사의 기록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날 일어난 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하건 하강하건 지속적으로 회전하면서 성숙해지고 진보하는 자신의 사고의 공전을 언어적 형식으로 묘파한 史적 관점으로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 역사적 관점이 인류학적인 것과 학문적인 것에 비례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주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세련된 지적인 명사들을 화용론에 의거하여, 그리고 좀더 많은 명사, 고유명사, 대명사, 등을 만들고 구문론이 일신해야 하는 구조적인 한국어의 틀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가령 미국식으로 문법구조를 과학적으로 고치자는 게 아니라 데리다의 차연개념에 의거하여 비스무리하면서도 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고유명사와 문법적 구조를 완전히 한국어폭발의 전회처럼 끝없는 가지치기 나무처럼 문법자체를 확대 개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연체는 깔끔한 문장으로 만들 수 있고, 빈곤한 문체를 가져 난해한 철학적 글들을 마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처럼 하나의 서사시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인문의 아카데미즘과 문예예술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정부예산의 15조를 할당해 박근혜는 교수들에게 하달해야 할 것이다.

나만의 탁상이론을 갖자

결국 철학자가 좇아야 할 것은 과거 유명한 선배들의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다. 서구철학의 지적전통의 역사성적 물결에 자신의 몸을 내맡겨 이런저런 해석학적 시도, 즉 독해와 연원한 생성의 시도는 할 수 있을 테지만 우리가 처음 뜻을 세운 의미는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하기야 살면서 우리는 역운이며 고해의 바다인 삼라만상과 부딪혀 어떤 자각적인 의문을 스스로에게 제시한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세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단초이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샹그리라의 홍일점까지 기투하겠지만, 인식의 영역과 물자체의 영역, 현상계와 그 너머의 본질적 세계.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차이성을 매우 빼어난 탁상이론의 유비함의 개시라고 본다면 그것은 그릇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