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제를 전제로 한다. 그 어떠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이른바 지향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관점의존성을 무너뜨린 상태에서 물 흐르는 대로, ‘사태 자체로’ 들어가야 한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100kg가 넘어가더라도 다량의 커피와 함께 극한의 산행을 나홀로 해야 한다. 말하자면 운동은 하나의 수련이다. 나는 오랜 시간 우울증과 편집증, 심기증이라는 병마에 시달려왔고, 담배를 2갑씩 피워대면서 온갖 증오와 분노, 불안과 저주, 비관, 총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사고의 공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부유하는 세월동안 글을 써왔지만, 글쓰기의 예술은 경험과, 산에서의 수련 없이는, 병적이고 편협한 시점에서 별 볼일 없는 기호집합의 쓰레기만 창출할 따름이다. 진정한 글쟁이란 결코 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자학하지 않는다. 초현대사회의 글쟁이는 정신 역시 뇌에서 기능하는 것이므로, 담배가 회백질을 없애 뇌기능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고 의식을 흐리게 하는 점에 의거해서, 따라서 뇌 역시 육체이므로, 인간에게 정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운동선수가 돼야 한다. 글쟁이는 등산가나 마라톤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예술가나 학자는 절대 담배와 술을 기호식품이라는 미명 아래 피우거나 마셔서는 안 된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미래가 과연 있을까? 그들에게 아무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육신과 정신은 하나다. 자연과학에 입각해서 말이다.

집에서 10시에 출발해서 해발 4.4km의 도락산에 올라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일단 7시에 일어나서 이팩사를 375mg(최신항우울제, 임상최고용량)먹고, 10분 후 아침식사를 아주 많이 한다. 웬만하면 남성호르몬을 쭉쭉 올리는 육식이 좋다. 달걀도 괜찮은 선택이다. 아침일수록 콜레스테롤이 높은 걸 먹어야 하루가 즐겁다. 무릇 옛말에도 아침은 왕처럼 먹으라 하지 않았던가? 배부를 때까지 먹고 식후 곧바로 종합영양제와 오메가와 비타민C600mg정을 먹는다. 그 다음에 믹스커피 7봉지를 한꺼번에 먹는다. 카페인이 하나당 70mg인데 폴리페놀과 먹은 음식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줘서 많은 양은 아니다. 소화시간은 딱 3hour, 소화하는 도중에 등산채비를 마친 후 한글2010으로 글을 갈겨쓴다(카페인은 글쓰기에 much improved다) 10시 되기 10분 전에 등산가방에 1.5L병 두 개를 준비해서, 한 통은 채우고 한 통은 비워야 한다. 너무 무거운 걸 들으면 발바닥과 발목에 무리가 온다. 땀을 닦을 수건과 안경클리너를 준비한다. 정각 10시, 이리하여 도락산으로 출발한다.

나는 8만원 짜리 베어풋사이언스 7단계 최고급 인솔깔창을 쓴다. 원래 족저근막염이기 때문에, 또한 일반인들도 현대사회에서 아스팔트도로나 운동부족으로 충분히 발아치가 무너지므로 깔창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따라 운동이펙트의 명암이 갈린다. 신발도 중요하다. 가령 조깅에는 무조건 괜찮은 런닝화(운동화)를 신어야하고, 등산할 때는 무조건 좋은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신발에 옷만큼 큰 관심이 없는데 사실상 신발이 모든 패션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내가 구입한 운동화는 미국 행텐기술과 메이드 인 코리아 결합하여 36000원 주고 모델 에어멕스 285사이즈를 샀다. 나이키 15만원 짜리 보다 더 질 좋다는 행텐이다. 행텐은 기술력은 나이키나 리복, 아디다스와 똑같은데 가격이 국산 아식스보다도 싸다. 똥값인 셈이다. 이 깔창을 에어멕스와 등산화 내부에 기존 깔창을 버리고 까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왜 힘들게 비싼 옷 시계사서 여자를 꼬시려 하는가. 자기 자신이 거대한 부를 얻고 나서 여자가 유혹할 단계까지 오는 게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 아닌가? 또한 극한의 운동을 통해 위대한 육체를 소유한다면 여자는 재발로 오기 마련이다. 나 자신을 쇄신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치 따위에 신경 쓸 필요 없다. 투사는 가난과 스트레스와 편집증을 부른다. 열린 사고, 생각의 전환과 창의와 재미가 더 중요하다. 즉 실존이 핵심이다. 이권을 부르고 이권을 즐기는 실존 말이다. 나는 컴퓨터에 올인 하겠다. 신춘문예 한 번 도전하고 말이다. 대학이면 서울대 경영학과를 2013년 정시로 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차피 황보석 선생님이 내부클럽 이용해서 장학생으로 만들어줄테니까. 하여간, 황보석 선생님을 사랑한다. 내가 그를 최고도로 비판하는 이유는, 내가 그를 최고도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사디스트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모두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라는 이중적 명암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황보석 선생님, 당신은 제 은사였습니다. 당신 말대로 해발5KM를 자랑하는 도락산을 뛰어서 올라가서 현재 체중 90KG입니다. 담배 끊었습니다. 모두 당신말대로 해줬으니 좀 저 만나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신에게는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당신 제 어머니께 같이 저를 책임지자고 한 일종의 도원결의 잊으셨습니까? 이런 하찮은 것도 못 지키는데 어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되겠습니까? 잘 생각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