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는 옛날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요즘 그런 얘기를 믿는 사람은 아마  한국에는(?) 없을 것이다.  폰카를 포함하여 일인 일디카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사진찍기는 일상 다반사요 사진이라는 매체는 일반 대중에게 아주 친숙해졌다.  하여 사진을 잘 찍는 법을 다루는 기술서들은 넘쳐나고 있다.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DSLR 하나만 사도 그런 책들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와 비례하여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들도 많다.  하지만 잘 찍은 사진들이 넘쳐나는 매체의 홍수속에 좀처럼 어떠한 사진도 흥분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다보니 사진이 감상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리모컨으로 휙휙 넘기고 마는 케이블 TV 채널같다. 

 

경치가 괜찮은 곳에만 가도 프로 사진가가 아닐까 싶도록 장비를 잔뜩 매고 지고 들고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대부분 이겠지만 고급 장비에 대한 접근성도 매우 좋아진 지금이다.  2003년도에 용산 전자상가서 니콘 쿨픽스1800을 40만원 돈 주고 산 나로서는 현재의 디지털 장비들의 상향 평준화와 대중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보다 훨씬 시간도 많고 여행도 많이 다니던 그때 지금의 장비들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장비 타령을 하기에 내게 비전이 너무나도 모자랐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고민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비전의 부족이라는 것,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안타깝게 한번도 사진을 돈주고 배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내가 찍은 사진의 기술적 결함에 가슴아파하고 같은 사진을 다른 f값을 주고 찍어도 어떤 사진이 더 나아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경우는 더 나은 것과 덜 한 것의 차이가 그런대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만 주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 버리고 있는 사진이 실은 더 나은 사진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비전의 부족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후 알게되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왜 보여주고 싶은지,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사진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한편 기술의 구현이 뒷바침 되어야 겠지만 역시 예술감각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 기술은 예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진리를 우리 사진 찍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예제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 '프레임 안에서'는 읽기를 마친 후 마치 값비싼 사진 수업을 들은 느낌마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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