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니
각자가 가지는 스테디셀러도 다른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은.....
브라운 신부, 나니아 연대기, 웨이크필드의 목사 등
서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만큼이나 유명하고 널리 읽히는
기독교적 색채가 짙은 이 이야기들이
우리 나라에 수입되면 맥을 못 추는 (?) 이유는
우리 나라가 비기독교적인 문화 배경이어서인지. 반기독교적 분위기 때문인지.
반지의 제왕은 예외로 치더라도 말이지요.

이 책은 서양에서 불후의 스테디셀러인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1권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는 저 유명한 셜록 홈즈, 포와로와 함께
3대 탐정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헤밍웨이 등은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체스터턴의 후에 나타난 추리물들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 나타난 요소들을 변주한 작품이 아주 많습니다.



저는 이 어마어마한 (!) 작품을 강력 추천합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로는

첫째, 이 책은 과격하고 잔인한 폭력, 상처 등의 묘사가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선혈이 낭자하고 기괴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넘치는
여타의 추리물들에 비하면 고상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담이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후에 나타난 추리물에 비하면
표현 강도나 잔인함 등에 있어 굉장히 얌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시대가 갈수록 악해지는 탓일까요.

둘째,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미'가 무한 충족됩니다 ^^
현대의 세련된 트릭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처음에 다소 식상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후대의 추리작가들에 의해 그의 트릭이
많이 응용되고 변주되었기에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는 몇 몇 에피소드에서는
실망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독자와의 대결도 그리 공정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분명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장되지 않고 유지되며
널리 회자되는 것이겠지요.
체스터턴의 번득이는 재치와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재주에
여러분은 저처럼 새벽을 잊고 충혈된 (?^^)눈으로 책에 정신없이 몰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
셜록 홈즈를 읽고 그에 비견될 재미를 갖춘 추리소설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이라면, 특히나 이 시리즈를 강력 추천합니다.
당신은 흐르는 시간을 잊게 될 것입니다.

셋? 다른 탐정들이 외면적으로 드러난 요소들에 착안하여
추리를 펼쳐나가는데 비해
브라운 신부는 인간의 내면, 본연 악에 집중합니다.
여기서 이 책이 기독교적 배경에서 씌어졌음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외에서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라는 개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주된 흐름 중 하나입니다.
기독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인간과 사회를 바라본 체스터턴의 훌륭한 통찰력은
작품속에 유감없이 나타납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재미에 이어 유익함까지 획득합니다.

아참. 표지와 편집, 번역 또한 아주 깔끔합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작품은 존재할 수 없는 법....
이 책에서 체스터턴의 재간 만큼이나 훌륭하게 발휘되는 그의 인종 편견은
독자가 이 책에 가지게 되는 애정을 좀먹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애써 애교로 보아주고자 노력한다면
못마땅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 수도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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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한 일에 있어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네만,
나쁜 일에는 그 수준을 유지할 수가 없다네.
점점 더 내리막길을 향해 내달릴 뿐이지."



"어떻게 이 모든걸 알아냈소? 당신은 악마란 말입니까?"
"나는 인간입니다."
브라운 신부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모든 악마를 가지고 있지요. 자, 들어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