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아시는지? 거의, 최초의 국내산 괴수 영화라는 관심을 받으며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바로 그 <괴물>. 지금도 봉준호 감독의 열차에 탑승한 고아성을 세상에 알리고,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국내 최고의 배우들을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준 작품이다.

 뚜껑을 열어본 괴물과, 마지막 장면 불에 타는 CG는 꽤 실망스러웠지만, 한강이라는 친근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한바탕의 소동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충분했다. 거기에 찐한 여운이 남는 가족의 사투, 곳곳에 드러나는 코미디들은 천 만이라는 숫자를 아깝게 하지 않았다. 

 또 하나 괴물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어두운 면을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블랙 코미디'라는 것이다. 한강은 예로부터 민족의 근간이 됐던 한반도의 중심지였다. 국사 시간에 한강을 지배하던 국가가 그 세기를 지배했다고 배웠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런 한강이 어느샌가 괴물을 품게 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 국가적인 재난을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고 보잘 것 없는 가족이 마무리를 짓는 결말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 블랙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줬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마돈나」를 이야기하는데 웬 영화 얘기냐고? 「마돈나」에서도 블랙 코미디를 보았기 때문이다. '웃음 폭탄' '눈물 폭탄' 동시 투하 작전!! 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이 소설은 말 그대로 웃음은 코미디, 눈물은 블랙스러운 면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곳에서 삶의 코미디와 눈물을 동시에 관찰하고 있다.

 개혁과 보수사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에 대해 혼돈하고 있는 히로시와 시게노리 또한 마찬가지(총무는 마누라, 보스中).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는 노인이 독서를 즐기는 한적한 공간을, 회사의 시끌벅적한 이벤트로 채워야하는 노부히사의 갈등도(파티오中)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다섯 개의 단편 주인공들은 전부 40대 중반의 남자들, 가장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그 나이 또래의 가장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 코미디 영화 중 인상에 남는 게 있다.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다. <우아한 세계>의 주인공 송강호는 과장이나 부장이라는 직급 대신 형님 소리를 듣는 조직 폭력배의 중간 보스다. 

 그는, 오빠를 따라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어하는 딸과(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가을양으로 유명한 김소은 양이다), 물도 잘 나오지 않는 헌집에 신물을 내며 이사를 원하는 아내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넘고 있는 가장이다. 온갖 사투 끝에 결국 큰 돈을 거머쥐게 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미국으로 유학간 딸과 오빠, 그들의 보호자로 따라 나선 아내가 보내온 해피한 홈비디오뿐이다. 홈비디오 안에 송강호는 없었다. 그는 물이 잘나오는 드넓은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을 뿐. 

 <괴물>이든 <우아한 세계>든 「마돈나」든 전부 주제는 다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아주 섹시하고 우아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스스로 사는 세계를 돌아볼 자신이 없을 때 이와 같은 영화를 통해 나와 우리를 조명해볼 수 있다. 또한 「마돈나」같은 소설을 통해 일탈적인 동요를 맛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