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서평] 「도련님」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은 과연 누구일까?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꿈결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독서에 관련된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되면 재밌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 그중에서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아 어떻게 시작해야 될 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주로 일본 소설을 추천해주는 편이다. 작가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본 소설은 대체적으로 문체가 담백하여 읽기 편하고 이해가 쉽다. 책은 작가의 의식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다. 작가가 의도한 주제, 몇 개의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담아 설득력을 높이고 그것을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탄생한 장르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예술이란 결국 '전달'이고 '소통'이라 작품을 바라보는 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그 작품을 만든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이해가 우선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은 글에 멋 부리지 않는 방법부터 배운다. 운동하기 전에 근육을 긴장하지 않고 릴렉스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글 역시 일본 문학의 거장답게 마치 일류 스포츠 선수의 근육처럼 부드럽고 탄력있다. 

 「도련님」​을 읽다 보면 앞서 말한 담백하고 멋 부리지 않은 문체가 마치 이야기의 내용에도 근접하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 읽는 이를 배척하지 않고 섬세하게 배려한 글쓰기가 좋은 글이라 하면, 자기 글에 취해 온갖 멋을 부리며 보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작가의 글은 안 좋은 글이다. 「도련님」​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의 모습이 딱 '안 좋은 글'의 모습과 닮았다. 주인공이 시골 중학교 교사로 부임해 간 마을에는 외지인을 인정하지 않고 마을에 오래 살았다는 이유에 우월감을 느끼며, 하녀 기요의 평가로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닌 주인공을 마치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 '도련님' 취급을 한다. 저희 집단을 과시하고 타인을 소외시킬 목적으로 악용하는 권위적인 사람들. '안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의 글도 바로 그런 권위적인 글이다. 

 소통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에서 소통을 생각하기 않고 본인의 표현을 과시하려는 작가. 타지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텃세 부리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 바로 「도련님」에 나오는 주인공의 '순수함'과 '정직함'을 바보 취급하는 현대인들 아닐까? 그들은 하나같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옳다고 느끼고 있다. 마치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이 나오는 고대 희극을 바라보며 우월감을 느끼고 자지러지게 웃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도련님」 ​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그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같은 '도련님'은 과연 주인공일까, 아니면 우리일까? 「도련님」​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대에 걸맞은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들 내면의 언 바다를 깨는 모습이 바로 고전이라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