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서평]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그의 진짜를 알리는 소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김근우 지음/나무옆의자

 국가가 시련이나 비극, 위기를 맞이 했을 때 그 나라의 문학이 발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그 전쟁의 중심이 되었던 국가에서 특별히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문학 작품이 나왔다는 객관적인 사실만 보더라도 신빙성 있는 이야기다. 국가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삶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괴롭고 고통스러운 이들. 남과 다른 경험의 자극이 인생의 뿌리를 뒤흔든 이들. 그들은 가끔 그 상처를 글이나 선, 색, 음 등으로 표현하여 예술적인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도 한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작가 김근우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일까?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프로필을 보면 김근우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신경계의 이상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초등학교 때 외가에 가본 것 외에는 서울 인근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는 초졸 작가인 셈이다. 신체적인 결함으로, 살고 있는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조건적인 삶이 어떻게 글로 표현됐을지 궁금해진다. 그는 따로 소설을 배워본 적이 없다. 내가 대학에서 배운 소설 창작은 배우지 않은 자와 배운 자의 격차가 무척 큰 창작이었다. 예술 창작을 배운 다는 일이 어쩌면 틀 안에 스스로 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좋은 틀이든 나쁜 틀이든 그 형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의 소설이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그의 틀 안에서 쓰여진 틀을 벗어나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하늘은 파랗기만 했다.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저놈의 하늘을 쭉 찢어 비 대신 피라도 뚝뚝 떨어지게 하고 싶었다.

P. 123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 간결하다.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를 오리가 잡아먹었다고 주장하는 노인이 불광천에 사는 오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노인이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그 아르바이트를 받아들인다. 돈으로 얽힌 사람들, 진짜와 가짜,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의 진실과 거짓 그 가능성과 불가능성.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에는 의외로 소설을 배우지 않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그런 특별함 보다는 기존의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실수하지 않고 한점 한점씩 충실하게 점수를 올린 교과서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대상을 탈만하구나.

  "그럼 네 나이에 돈 벌어서 뭐에 써?"

  "돈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을 할 거예요."

  "그게 뭔데?"

  "이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는 거요."

p. 92 

 책을 읽으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 소설가 김근우를 읽는 기분이었다. 힘겨운 삶을 살와왔음에도 이토록 희망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격했다. 불광천에서 같이 오리 사진을 찍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통성명을 한 건 소설이 끝나는 부분. 그렇게 주인공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리며 나에게도 김근우라는 이름을 알렸다. 하반신 신경마비를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는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 김근우의 이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