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서평] 「잠실동 사람들」 괴물 성장 소설

 「잠실동 사람들」​ 책을 받아 들고는 표지나 뒷표지, 목차 등을 통해 예상한 내용이 책에 그대로 나타났다. 돈과 학력이라는 마물이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그들을 어떻게 잠식하고 지배해 나가는 지, 이제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잠실동을 둘러 싼 여러 명의 사람이 번갈아 나타나는 시점 변화가 재밌다. 각자가 키우는 마물을 관찰하는 관찰 일기는 보는 느낌이 난다. 마물 성장 소설이나 괴물 성장 소설 쯤으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 '세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 이라는 말처럼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 얽히고 설켜 서로의 마물이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부모와 일가친척들이 자식이라는 경주마에게 엄청난 돈을 베팅하는 거지. 이 베팅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돼. 아니다, 요즘엔 그 연령대가 더 낮아진 것 같아. 너도 엊그제 잠실의 네 살짜리 애 하나 가르치게 됐다 그랬지? 걔도 경주마야. 어주 어릴 적부터 길러지는."

P. 123 

 소설은 마치 내 주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것처럼 거리감 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써내려 갔을 때 작을 소(小) 이야기 설(說)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빛이 난다. 특히 소설은 그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소설과는 대체 할 수 없는 무언가의 힘과 매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황순원의 「소나기」에는 「소나기」만이 가지고 있는 한순간 가슴을 쓸어 내리는 설레는 첫사랑이 있다. 「잠실동 사람들」​에는 무엇이 있었까? 안타깝게도 「잠실동 사람들」​에서는 무언가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고 돈과 학력의 지배를 그린 여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등록금을 위해 몸을 파는 여대생의 이야기는 진부함이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해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상처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식당에서 치마가 찢겨지고 그 사건의 주범이 평소 본인에게 잘해 주던 여학생' 만으로는 모자란 감이 있다. '식당에서 치마가 찢겨 졌는데 하필 그 날 차고 온 생리대가 속옷 바깥으로 삐져 나와 있어 그 모습이 식당에 모인 전교생에게 공개됐다' 정도는 되야 사회 생활에 트라우마를 겪는 데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여대생이 몸을 파는 이야기가 진부한 이야기가 되고, 그정도 왕따 당해서는 사회 생활에 별 문제 없다는 생각이 무섭다. 그 모습에서 특별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일상적임을 느낀 나 역시 잠실동 사람들처럼 마음 한 부분에 괴물을 키우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무럭무럭 길러진 괴물은 '잠실'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한정되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괴물은 한강을 타고 흘러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잠실동 사람들」​은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린 무서운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