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서평]「웰컴, 삼바」자신을 잃어버리는 과정

 말리 청년 삼바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고비를 넘어 관용의 나라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곳이라면 삶은 희망 차고 아름다울 줄 알았다. 소설은 이야기의 무대를 프랑스로 꾸몄다. 왜 하필 프랑스일까? 작가가 프랑스 출신이라 그럴까? 물론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프랑스는 앞서 말했다시피 관용의 나라이자 인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이민자의 삶이 이렇게 가혹하다면 다른 나라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거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 생각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대가 프랑스라는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웰컴, 삼바」에서 중요한 건 삼바 그 자신이다.

 삼바는 세상에 두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찾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과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 삼바는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P. 104 

 삼바는 말리에서 대학까지 합격한 소위 '엘리트'이지만 더 나은 성공을 꿈꾸며 프랑스로 건너오게 된다. 삼바는 그 후 프랑스에서 10년의 세월동안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훔친 체류증으로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본연의 모습을 버린다. 이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성공만을 향해 달려나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상상의 동물처럼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성공에 집착하기만 한다. 만약 삼바가 프랑스행을 선택하지 않고 그대로 말리에 남아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그의 10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도대체 그 긴 세월을 희생하며 얻어야 될 성공이란 뭘까? 그의 모습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과 자신을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잔인한 파괴자의 모습이었다.

  오늘이나 내일 말고. 하지만 모래, 혹은 몇 달 후에, 우린 떠날 거야. 우린 고향에 도착할 거고, 우리가 번 돈으로 귀향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는 거지. 그러면 우린 존재하게 될 거야. 여기 계속 있다가는 우린 사라지고 말 거다. 우리가 지금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모르겠니?

P. 269 

 

이건 별개의 이야기인데, 책의 띠지 선정이 무척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곧 개봉할 <웰컴, 삼바>의 한 장면에 "너무 다른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라는 대화가 삽입된 띠지는 책의 내용과 많이 동 떨어져 있다. 띠지로 보아하니 영화의 내용은 삼바와 자원봉사자 백인 여자의 우정이 주된 내용인 것 같은데 소설에서 자원봉사자 백인 여자의 역할은 화자 그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책을 읽는 행동에서 표지와 띠지, 목차를 보며 앞으로 읽을 책의 내용을 상상하는 것도 중요한 독서 과정 중 하나인데 이런식으로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띠지를 만든 건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