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다른 목소리 다른 방」소년의 그로테스크한 성장

 

 

 

 작년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소희의 방」이라는 소설을 읽고 감상문을 쓴 적이 있다. 주인공 소희는 혼자만의 방 안에서 외로워하고 슬퍼하며 성장통 앓았다. 그 방은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것이며 누군가를 받아들이거나 내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야만 성장 과정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의 주인공 조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찾아온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국경도 없고 개성도 없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이 겪어야만 하는 통과 의례인 것이다. 조엘의 성장 이야기는 단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이혼한 어머니와 갑자기 사별하게 된 조엘은 이모 손에서 지내다 열세 번째 생일날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12년 만에 연락해서 조엘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보내 살게 해달라는 편지에, 소년은 이모를 떠나 아버지가 있는 남부 시골 마을로 가게 된다.

 소년의 일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외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태껏 꾸려오고 간직해온 방을 벗어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변화를 꿈꾸고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의 외출은 순탄치 않다. 

 

 소년이 도착한 남부 시골 마을에는 아버지의 새 부인 에이미, 에이미의 사촌 랜돌프, 흑인 하인들만 있을 뿐이고,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들 대답을 회피하기만 한다. 점점 모든 것에 의심을 품어가던 조엘은 어느 날 랜돌프를 통해 아버지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되고, 그 후에 맞이하는 사건과 사고, 감정을 통해 이전의 소년이 낼 수 없었던 다른 목소리를 가지게 되고, 다른 방을 얻게 된다. 소년이 외출한 그곳의 목소리 또한 '다른 목소리'였고 도착한 곳 역시 '다른 방'이었기 때문이다.

 

 조엘은 자신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다 정원의 가장자리에서 약간 멈추었을 뿐이었다. 뭔가 잃어버린 것 같아서. 거기서 발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꽃도 없이 내려오는 푸른색을, 뒤에 남겨두고 온 소년을.

P. 274

 

 

 모든 소년들이 조엘처럼 어딘가 먼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진 않지만 그들이 겪는 성장은 비슷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본능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리고 온 푸르름을 뒤돌아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성장을 그로테스크함으로 바라보기에는 이런 현실이 숨쉬고 있다. 

 

 랜돌프가 전달한 충격적인 사실은 그 이야기만으로 극적인 요소를 품고 있지만, 트루먼 커포티의 설명과 묘사는 침착하고 무덤덤하며 어쩐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목소리 다른 방」에서는 서사적인 재미보다는 트루먼 커포티가 이야기 하는 방식에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해주기는 조금 망설임이 생긴다. 이제 막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친구에게라면 절대 귀뜸해주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처음 소설의 재미를 알아가는 독자의 경우 대부분이 글을 따라 흘러가는 서사의 재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문체가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원서를 보지 못 하니까)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의 문체는 시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서사의 재미를 느끼기엔 어렵고 버거운 감이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다른 목소리 다른 방」가 트루먼 커포티 문학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로서는 아직 '소년'에 해당했던 트루먼 커포티가 전후세대 영미문학을 이끌어 갈 '어른'이 되는 과정에 놓인 작품이다. 마치 주인공 조엘처럼 말이다. 

 실제 작가와, 작가가 그린 인물의 성장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은 흔히 느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우리가 보고 있는 그들의 인생, 그들의 목소리, 그들만의 방은 곧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지나쳐온 길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배고픈 골방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