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문의 여자」뛰는 소문 위에 나는 여자있다

 

 

 이토이 미유키의 소문은 대단하다. 고등학생 때는 얌전한 여고생이었던 주제에, 대학에 들어와 사람이 몰라보게 변한 여자라고들 한다. 남

자 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룸싸롱에서 일하는가 하면 돈 많은 남자의 세컨드로 들어섰다는 소문이다. 정체불명의 꼬물꼬물한 소문은 갈수록 길이가 늘어난다. 예순 살이 넘은 노인의 유산을 노리고 아이를 가진 후 출산 후에 바로 노인을 죽였다는 수위 높은 범죄의 용의자로 오른다. 물론 이것도 소문이다. 

 

 그런 소문이 날만도 하다. 이토이 미유키는 특별한 미인은 아니지만, 두꺼운 입술과 풍만한 가슴, 엉덩이를 가진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고다녔다. 무엇보다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그녀의 손에서 쥐락펴락하는 성숙한 마력(?)을 가졌다.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하는, 소문만 무성한 여자. 이토이 미유키의 이런 미지적 느낌이 이야기에 탄력을 실어준다. 여자의 당장에 침을 꼴~깍 삼킬 지경. 이야기가 거듭 될 수록 '소문의 여자'의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긴장감이 든다.

 

 여자는 에이프런을 두르고 나오더니 각 테이블마다 차를 날랐다. "안녕하세요?" 수줍은 듯 인사를 한다. 요헤이의 탁자에도 다가왔다. 찻잔을 하나하나 바꿔 주었다. 부드러운 살의 달달한 냄새가 주위에 떠돌았다.

P. 62

 

 「소문의 여자」는 총 열 장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이토이 미유키를 바라본다.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장을 거듭할 수록 그녀의 존재가 하나하나 비밀을 벗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각각 다른 인물들의 '전부 같은 모습'은 굉장히 흥미롭다. 여자의 소문을 퍼트리는 인물들은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째째한 행동들을 일삼는 소시민, 각양각색의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이토이 미유키와 매우 대조적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매장에 떼로 몰려가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직장 선후배, 여자를 보면 성적인 상상만 하는 젊은 남자, 간부가 모조리 친인척인 중소업체, 매일같이 마작장에서 날밤을 새며 그런 사장을 성토하고 노조를 결성하자는 헛된 구호를 부르짖는 직원, 불황의 그늘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에 실망하여 직업의식 따위 애당초 없는 사원들, 공무원의 이권 챙기기와 거기에 빌붙으려는 사람들, 유산상속을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간 배다른 형제들… 등등. 

 이들과 이토이 미유키를 보면 마치 좀도둑과 큰손, 악과 거악(巨惡)을 보는 기분이다.

 

 사유리는 다음 주의 요리교실에서 가즈미에게 미나미하라 주택단지 건을 이야기했다. 약혼자가 허락했다고 하자 가즈미는 소녀처럼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하지만 사례금이 이십만 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 웃음이 사라졌다.

  "그래? 난 십만 엔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주택과에 직접 연줄이 있는 경우야. 우리 그이는 과가 달라서 여기저기에 돈을 쥐여 줘야 할 사람이 많은 모양이야."

P. 124

 

 좀도둑은 천 원짜리 물건을 훔치면서 만 원짜리 유리창을 깨는 식의 일을 한다. 반대로 큰 도둑은 다르다. 집을 통째로 뺏을 수 있는 큰 도둑은 자기 것이 될 유리창을 함부로 깨지 않는다. 소문만 무성히 퍼트리는 좀도둑들의 행동은 어쩐지 부아가 치미며 답답하지만 그들 위에서 거악을 휘둘러 악을 제압하는 이토이 미유키의 행동은 어쩐지 통쾌하기까지 하다. 

 

 악이든 거악이든 옳다고 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한 오쿠다 히데오는 어느 쪽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행동을 솔직하고 세밀하게 보여줄 뿐이다. 어느 쪽이 옳은 건지 알 수 없는 묘한 현상을 바라보는 게 이 소설의 또 하나 재미다. 그 놀랍도록 리얼한 세계는 바로 무성하기만한 사회와 그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스스로의 악을 행하는 소문들이 아닌, 생생하고 씁쓸한 사회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