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한낮인데 어두운 방」불륜으로의 산책

 

일본에서 대학 강사로 일하는 존스가 사는 목조 가옥은, 한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아 어둡다. 아마 이곳에서 그들의 정사는 이루어지리라. 이곳의 배경과 분위기가 불륜이라는 감정과 꼭 닮아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음울하고 떳떳하지 못하고 불안하고 괴로운, 비열하고 감추고 싶은, 배겨낼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불륜의 주무대가 되겠지. 불륜이란 것은 잘못 쓰러지기 시작한 도미노처럼 멈출 수 없이 파멸을 향해 굴러가는 법이니까.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예상을 보기좋게 배신하고 존스의 친구 나탈리가 읽던 소설처럼 '그저 그런 소설'들과 차별화 했다. 동화를 연상시키는 의외의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불륜 이야기는, 놀랍도록 깨끗하고 청순한 이야기가 되어 불륜이라는 제도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불륜 이야기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유순하고 맑은 미야코의 성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번듯한 남편에, 넓은 집,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미야코가 어느 날 불쑥 등장한 존스를 통해 하루하루 새로움을 느끼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 게 된다. 소통이 되지 않는 남편을 떠나,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에 귀 기울려주는 존스를 따라 밖으로 나선 미야코는 한낮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된다. 바람을, 햇살을, 새소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미야코는 가정과 속박이라는 어두운 곳에서 벗어나, 마치 새장에서 태어난 작은 새처럼 발버둥치다 한낮과 불륜에 빠진다. 이토록 아름답고 근사한 감정을 불륜이라는 부정적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마지막에 슬며시 끼어든 반전도 놀랍지만, 에쿠니 가오리 씨의 탁월한 '보여주기' 능력은 정말이지 감탄이 나온다. 인공적인 성형미가 느껴지는 일부분의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상을, 에쿠니 가오리 씨만이 슬쩍 보고와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세상의 완성도, 섬세함, 이미지들은 내가 사는 세상보다 현실감 있어 보일정도. 

 

 

 가끔 하나의 컨텐츠가 인식하고 있던 개념을 송두리 채 뒤흔들 때가 있다. 동성애 영화를 보고 동성 결혼 법안 통과 서명에 참여하는 것처럼, 「한낮인데 어두운 방」을 보면 제도적인 국가적 권력이 사람의 감정을 불륜이라는 형태로 가두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반면에 생각없이 읽어나가도 재밌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미야코가 느끼는 설레는 감정, 세상의 신비로움만 따라가도 인생의 공기는 확 달라진다. 「한낮인데 어두운 방」은 여러가지를 만족시키는 아주 좋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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