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진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서평을 쓰는 건 즐겁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다. 독서를 마친 후, 그 과정을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말그대로 리뷰, 다시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서평을 쓰다보면 어려운 선택에 놓이게 될 경우가 간혹 있다. 「진실」을 읽을 때 간혹적인 난관을 느꼈다. 

 사람은 저마다의 기호와 취향이 있는 법이다. 누군가가 굉장히 재밌게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런 파동을 남기지 못하는 책이 있다. 설령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아픔과 희열을 동반하며 쓰여진 작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서평에 무엇을 남겨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객관성을 가지며 공통적으로 느껴야 할 무언가에 대해 써야할 것인지, 주관적인 솔직한 독설을 써야할 지.

 문예창작과 출신이라 많은 단편 소설을 써본 경험에서랄까.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 간다는 일, 소설 하나를 완성 시킨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진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쓰는 이 서평은 객관적이고 공감할만한 서평이 아닌, 「진실」을 읽으며 느낀 마음 속의 진실을 써볼까 한다. 

 

 와, 정말 어지간히 재미가 없었나보다. 서평의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악담을 예고하다니, 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설은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꼭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보리라, 적어도 밑줄을 치거나 포스트 잇을 붙여놓은 곳을 훑어 보기라도 할테다, 라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트릭이 밝혀진 마술과 같다. 진실을 알아낸 마술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죽음을 앞 둔 엘사의 곁에 남편 마르티, 딸 엘레오누라, 손녀 안나가 곁에서 삶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의문의 드레스가 발견되고, 안나는 그 드레스가 엘레오누라의 보모였던 에바의 드레스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갈라진다. 안나는 에바와 할아버지인 마르티의 숨겨진 사랑에 대한 진실을 좇아가는 이야기 하나. 그리고 삼대 여인이 겪은, 겪고 있는 사랑이 하나. 그리고 그들에게 결핍되었던 사랑의 결정체로 등장한 에바라는 여인의 진실.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였다.

 의문으로 남겨진 에바라는 존재를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진실은 꽤나 흥미롭지만 머리를 땡! 하고 칠만한 무엇은 느끼지 못했다. 흔하고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진부한 불륜의 진실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야기의 전부가 진부하게 느껴졌다. 새로울만한 갈등, 사건, 문제, 인물, 사랑, 감정이 있었나? 쉽게 생각이나지 않는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호수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지만 별다른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어찌어찌 서평을 쓰긴 썼지만 포스트를 마감하며 또 다른 난관에 부딛친다. 별점이다. 블로그에 올릴 땐 별점을 올리지 않아도 문제가 없지만, 각종 온라인 서점에 게시할 땐 반드시 별점을 매겨야 한다. 재밌었지만 다시는 보지 않을 소설. '재미'에 초점을 맞춘 별점을 줘야할 것인지, '다시는 보지 않을'에 별점을 줘야할 것인지…. 별점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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