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정식 프로야구 연맹과 야구팀들이 하나씩 하나씩 창단되던 시기이다.

그 전에도 한국에는 정부의 지원하에 실업야구와 고교야구가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프로리그의 창설은 이맘때부터 꿈틀거렸다.

결국 1982년, 역사적인 한국 프로야구가 태동하고, OB가 기념비적인 원년우승을 이뤄냈더랬다.

 

그로부터,  '약간 모자른 3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는 올 한해 동안 총 6백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는 시대를 맞이했다.

롯데는 무려 1,435,375 명이 티켓을 구매했고, 두산은 1,111,966명,  엘지는 975,333명이라는 관중 동원률을 기록했다.

 

사실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던 야구의 인기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나락까지 떨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터다.

그나마 한국 야구의 붐을 일으켰던 이승엽 선수마저 일본으로 건너갔고, 선동렬 삼성감독 이후 유일하게 '국보급 투수' 라 칭함받아 마땅한 박찬호 선수마저 마이너 리그를 전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야구의 인기는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2004년 독일 월드컵 즈음에는 원년이후 최소관중을 동원했다는 기사를 보았던 기억도 있다.

한국야구 위기론이 대두될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몇년만에 이런 어마어마한 대 부흥을 이뤄낸 것은 무엇보다, '여성팬' 의 힘이 컸을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사이 WBC, 올림픽 등의 굵직굵직한 활약들이 있어왔지만, 그 활약들이 끌어들인 것이 바로 '여성팬' 이니 말이다.

 

야구는 그다지 쉬운 운동은 아니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축구보다는 훨씬 어렵다.

쓰이는 장비도 많고, 용어도 많으며, 기술도 다양하고, 케이스도 굉장히 많다.

직접 하기에도 굉장히 어려운 운동이다. 

심지어 여학교에서도 농구공 프리드로우나 축구공 리프팅, 배구 토스정도는 체육시간을 빌려 접해볼 수 있지만, 야구공이나 글러브, 야구 배트는 남자학교에서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아마도 야구공과 야구배트라는 장비의 특성상,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눈으로 보고 즐기기에는 야구만큼 여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스포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여성팬들은 야구자체보다는 부수적인 즐거움에 더 몰입하지만, 그 모두가 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야구라는 즐거움에 막 눈을 뜬 독자들에게 대단히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확실히 여류 기자가 쓴 책이어서 그런지,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구성도 훌륭하다.

가장 중요하지만, 재미없고 복잡하기도 한 여러 규칙들은 추리고 추려서, 가장 앞부분에 적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간략하게 설명한다.

예로부터 가장 좋은 강의는 짧고 단순한 강의라고 하지 않았던가?

야구 경기를 보며 가장 많이 보고 들을만한 규칙과 용어들은 아주 단순하게,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 놓았다.

물론, 실제 야구 규정집은 엄청나게 두껍다지만, 우리가 그걸 다 알 필요가 없지 않은가??

기본적인 규칙들을 뺀 뒷부분들은 대부분 야구를 보다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는 흥밋거리들을 마치 패션잡지의 그것들 마냥 쉽고 재미있게, 쏙쏙 잘 들어오게 정리해 놓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그런 초보자용 입문서 치고 지나치게 모든 것들을 설명 위주로 풀어놓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 재미가 많이 떨어지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선수 소개나 팀 소개등은 좀 더 맛깔나게 쓰기 위한 연구가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50% 이상은 야구 자체보다 그 외의 것들 위주로 풀어져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다 딱딱한 설명체라 많이 아쉬웠다.

차라리, 상황을 상정하고, 대화체로 야구 룰이나 규칙을 재미나게 풀어주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소설이나 시트콤등의 상황을 빌려와도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야구에 흥미가 생긴 사람' 들에게는 어느정도 읽히겠지만, '야구에 흥미를 갖고싶은 사람' 들은 몇 장 읽지도 못할 듯 하다. 

 

한국 스포츠는 바야흐로 여성팬 전성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보편화 되어있고, 그녀들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할 많은 창구들을 찾으면서, 축구장과 야구장 등을 찾는 여성팬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외국 여성들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이기때문에, 그녀들의 스포츠 관람은 자연스러운 현상일터다.

 

이런 책까지 나온 것이 그 증거이지 않겠는가?

 

조금은 아쉽지만, 이제 막 야구를 즐기기 시작한 그녀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책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