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저자의 패기에 놀랐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다지 심도 깊지도 않은 개인적 연구를 가지고 지난 이론이라며 프로이트와 융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고 오류 운운하며 폄하하는 것에 질려 버렸다

저자가 그렇게 대단한 심리학자였던가?

아무리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이고 자기 잘난 맛에 책 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무의식에 관하여 그저 겨우 맛보기만 살짝 살짝씩 보여주는 이 개론서에 불과한 책에서 기존의 견고한 심리학 이론이 모조리 깨지는 불상사를 목도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검증되지도 않은 자신의 이론으로 어쨌거나 정설로 통하고 있는 기존의 이론을 매도하듯 공박하는 책을 읽어야 할까

지켜 보겠다

과연 앞으로 심리학에 있어서 무의식에 관한 신이론을 들고 나올 사람으로 저자가 거론될지

무의식은 인간에 있어서 아직도 탐구되지 않은 처녀지이며 미지의 신세계이고 가장 궁금한 영역 중의 하나이다

서유럽의 학문에 있어 세 번의 대전환 시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코페르니쿠스의 검증으로 인류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신은 인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뼈아픈 자각을 충격적으로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그런 지성사에 있어 다시 19세기말이 되어 다윈이 다시 한 번 폭탄을 던진다

인간은 결코 하느님이 진흙에 숨을 불어 넣어 만드신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미물들로부터 진화하여 생성된 것으로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유인원으로 원숭이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성서와는 다른 길로 접어든 인간의 자기 인식에 마지막으로 환상을 완전히 부수어 버리는 이론이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론이었다

인간은 결코 자기 자신을 알 수 없으며 그 알 수 없는 의식이 무의식인데 무의식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 무의식에 지배 당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가 아니며 의식은 결코 인간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으로 인간 인류의 자존심을 부수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인간 밑바닥에 있는 모든 동물적이고 생물적인 본능의 영역 위에 무의식이 주장하고 원하며 요구하는 욕망을 덧칠하고 건설하여 벌이고 있는 것이 사실은 세련된 문명의 실체가 아니던가?

그 어떤 거부(巨富)라고 하더라도 그의 사업을 벌이는 목적의 첫 번째 원인은 자신의 식량 확보라는 원시인의 욕망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인류의 사회가 아름답게 치장되고 수식을 하더라도 문명국이 벌이는 전쟁은 원시인 더 나아가 야수로 생존하던 시대의 생물적 본능과 본성에서 나와 상대를 제압하고 학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잊었단 말인가 나치 독일의 그런 만행의 행동들을

제 아무리 정치역학적인 원인 분석을 곁들인다 해도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 있어 악마적 본능이 나치독일을 움직인 본능인 것은 무엇으로 부인할 것인가?

그런데 이 같잖은 책은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라서 동물과 같은 본능과 욕망 뿐인 행동을 할 리가 없으며 인간의 무의식엔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리비도라든가 융이 주장하는 집단무의식의 원형이나 악마가 결코 들어 있지 않다고 패기를 주장한다

한심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도 보지 않았나 보다

그 외계의 생물체라고 묘사되어 인류를 공격하는 그 도저히 지구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고 존재한 적도 없었던 기괴한 외계생명체는 외계에 대해 공포와 거부감을 가진 인류 혹은 서구인들의 무의식이 의식으로 형상화된 존재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책을 쓰는 것이 자유라고 해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막 집어 던지듯 자기 일기장에나 쓸 내용을 찍어 내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