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디로 분류해야 하는가

과학저서로 읽기엔 저자 개인의 걸어온 발자취가 너무 짙고 ,자서전으로 읽기엔 과학의 개념에 대한 소개가 너무 무진장이다

한 마디로 말해,읽기 쉽지 않은 전문적 자서전이다

과학지식이 베이스로 깔려 있으면서 이름도 생소한 인지신경과학이라는 신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학문의 전위에서 겪었을 고뇌와 혼란마저 그대로 전해지는 이 책은 단순히 자서전이라는 범주를 넘어선다

벼라 별 신기하고 멋지며 선량했던 그래서 잊을 수 절대 없는 지인들과 친구들을 만나 교류하며 추억을 쌓던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어린 학계의 지난 이야기들을 이야기할 때는 자서전의 흔한 감동과 만나게 되지만 곧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신분야의 학문이름이 나오고 그 분야의 권위자들의 업적에 대해 나올 때는 이 책은 자서전을 빌린 새로운 과학에 대한 소개서로구나 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비록 그 과학적 사실은 들으면 바로 뇌 밖으로 나와 사라지는 공허한 난해를 가진 어려운 , 뇌신경과학에 관한 그런 책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지식 내지는 업적은 인간의 뇌 , 그 중에서도 인간의 뇌는 좌우 분리 해서 작동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협업하는가 하는 결론이다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인문학도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저 읽고 나서 곧 잊어버릴만큼 먼 나라의 이야기들이어서 그냥......그랬다는 것이다 (멀고 먼 산을 바라본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눈을 깜빡 한 번 감았다 뜨는 나...)

그 법칙들이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우주중력파가 얼마전에 입증되었다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런 말들이다

아인슈타인이 예언자(?)라고 해서 우리가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가 상대성이론을 아무리 강연해도 그저 우리는 상대성이론이란 난로 옆에 있으면 1분도 한 시간 같고 미녀 옆에 있으면  한 시간도 1분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유머로만 이해 가능할 뿐 특수상대성이론이든 일반상대성이론이든 도모지( ! ) 필요가 없다

비록 상대성이론으로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되어도 그저 상대성이론으로 영화 인터스텔라나 만들어져 극장에서 인터스텔라 보며 좋아라 하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과학지식이 가장 직접적으로 소용되는 측면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왕왕 저자가 인생의 여로에서 과학의 한 분야에 매진했을 때의 사적인 기억들과 체험담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그 길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을 때 가장 즐겁게 읽힌다

그 사람들은 찬란하고 아름다우며 우수하고 각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 시간들은 잉태하고 있는 감정의 무게로 풍요롭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과학자라고 다를 것이 없고 한편으로 과학자가 만난 사람들이어서 특별하다

그러나 그렇게 소설처럼 잘 읽히는 개인사 측면의 페이지들을 넘기고 가끔 그가 진지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대목들 즉 인지신경과학이라는 과학의 새로운 골목을 적어 나가는 구절들에서는 이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 곧 새로운 과학의 첨단이고 인류의 역사의 창구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전위 , 뱅가드는 외롭고 혼란스러우며 막막하다

더우기 막대한 영향력과 엄청난 공력이 들어야 하는 과학의 발견이라는 지점은 단순히 새로운 연구자라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심대한 의미와 절대적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과학자로서의 사명과 부담감 새로운 개척을 할 때마다 느꼈던 환희가 다소 어렵고 전문적인 과학적 법칙과 함께 뇌분야의 과학자로서 살아온 생애를 담담히 말할 때마다 어른 어른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