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된 틀 즉 형식이 있는걸까?

그런 의문을 던지면 이런 작은 이야기들 황경신이 쓴 이런 글들이 나올 것 같다

이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말(言)이 되어 주기를 기다렸던 그녀의 마음 어딘가의 틈에서 솟아 나왔다

이윽고 그 작은 샘물들이 기존의 상상력을 전복하고 아주 약간 균열이 간 그 틈새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형식과 내용들이 갖추어졌다

이 글들 이야기들은 매우 깜찍하며 동시에 발랄하고 그러면서도 아주 약간 발칙하다

어째서 그런가

아마

그 이유는 황경신이 쓰고자 하는 태도에 있을 것이다

황경신은 자신의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상상력이 달려간 곳 자신의 성찰이 빛났던 때 자신의 의문이 익어갔을 시점

자신이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만졌던 그런 사실들

생각들이 마침내 남과 달라져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그 때 그 생각들은 활자로 적어주기를 바랐을 것이고 황경신은 쓴다기 보다 그 생각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냥 받아적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생각들 이야기들은 황경신의 내부에서 아주 천천히 그러나 또렷히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내부에서는 싹을 틔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황경신은 세상에 의문과 감각과 체험을 원했고 그녀만의 그런 것들이 고였고 누군가와 공유를 하지 못하면 안될 정도로 그것들은 황경신의 외부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렴

세상에 연결된 수많은 더듬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세상 그대로가 책이니까

그녀가 천착한 사랑과 인생 그리고 문학과 기타 생활의 감정들 혹은 감각들이 조촐하고도 수줍게 자기 목소리로 말들을 한다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어리둥절한 낯선 소재도 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랑에 관한 몇 페이지의 아포리즘 같은 그런 것도 있다

그녀가 들여다 본 세상은 약간은 신기하고 조금은 낯설며 그리고 아름답다

그곳은 환상이 가볍게 섞여 있고 상상이 불편하지 않으며 몽상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약간은 쓸쓸한 곳이다

그 속에서 황경신은 천천히 자신의 성채를 쌓을 벽돌들을 굽고 있다

꿈은 무르익어 가려하고 사실은 뒤집힐 수도 있고 종종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황경신은 그 안에서 내밀하고 조용히 세계를 다시 만지작거린다

수를 놓듯,바느질을 하듯

그렇게 예쁘게 세상을 조각내서 다시 이어 붙여 바느질한 옷감인 이 책은 독창적이기도 하고 성찰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도 만든다

상상력으로 글쓰기를 하면 이런 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