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말에는 신령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고대인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마법의 주문이 탄생했고 ... 어느 문화권에서도 주문과 같은 말은 있었고 또 말이 가진 힘에 주목해 신과 인간을 잇는 도구로 말을 이용하여 소통과 상부에 대한 전달로 말을 사용해 왔다

그런 언어의 신비한 힘 이전에 실생활에 쓰는 말 자체도 매우 큰 실제적 힘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입고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았으며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사랑이 시작되고 거친 욕설에 원한을 품고 끝끝내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죠?

이렇듯 말은 정보와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실은 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배와 같은 것이었다

돌고래 같은 종류나 꿀벌 들이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다고 하나 단순히 초음파 소리로 대화 하거나 비행하는 춤 정도로 의사 소통을 할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음절에 뜻을 대입시켜 공인된 기호로 사상과 정보와 기분과 감정과 애정 , 분노 등등을 교환하고 거래하며 소통한다

요즘 한국은 날이 갈수록 점 점 더 불통공화국으로 진영간의 골이 깊어만 가는 판국인데...

인간이 지닌 이 언어란 과연 무엇이길래 그토록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일까

아무튼 각설

이 책에 실려 있는 말들은 음성 언어의 형태를 글자로 채록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문자언어의 형태를 띠고 지면에 발표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둘 다 일까 아니면 각각 어느 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그런 것은 잠깐 넣어 둬 넣어 둬

중요하진 안잖아

이 책의 중요한 점은 그간 어록이라고 해서 유명 위인들의 명언들을 주제별로 발췌하여 쭈욱 집대성했던 그런 구조 속에서 특별히 어록의 주제를 시니컬한 냉소에서 초점을 모아 뽑아냈다는 것이다

인간이 남긴 명언과 격언은 실로 광대하여 그 어록을 남긴 세계의 위인들만 하여도 엄청나다

당연하지 동시대에 70억이라는 인구가 꿈뜰거리며 살아 숨쉬는데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몇 억의 인구가 살았었고 또 그 전 세기에도 그보다는 못해도 역시 엄청난 인간들이 살았을테니

뭐라 한 마디 경청할 만한 명언 한 마디 남긴 사람들의 수만 해도 책 열 권은 쉽게 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위인들은 많았고 당연히 위인들이 남긴 명언도 역시나 많았다

그럼 이 책의 초점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다루는 냉소와 경계가 바로 이 책의 정체성이다

들으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진저리 치고 싸늘한 말들은 ,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하고 있고 일체의 따스한 온기를 걷어내고 아주 차갑고 냉정하게 명철하게 현실만을 직시하라고 슬쩍 부추기는 지도하는 그런 명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렇게 위로와 격려 보다는 꾸짖음과 채찍으로 기능하는 신랄한 원인 분석과 판세 조망의 날카로운 비평이 이 책의 금언 명언들이 맡은 바 소임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명언 한 마디 들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찾으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애시당초 이 책은 세상을 웃으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 세상과 맞붙어 싸우며 세상을 짓밟고 싶은 그런 도전하는 자들을 위한 독한 책이기 때문이다

일체의 판타지를 제외하고 일체의 미사여구로 들여다 본 세상을 없애버리며 다정한 성선설로서의 현세를 부정하는 오로지 냉혹한 현실인식과 문제 타개를 위한

그러니까 아프니까 인생이다

쯤으로 레테르를 붙일 수 있는 실용에 있어서는 갑이지만 메마르고 차가운 그런 지침서이다

그러니 이 책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세상이 산타클로스가 존재하는 행복한 곳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 성공과  희망은 오히려 적고 배반과 위협과 실패가 더 많은 곳이 세상이란 걸 알게 된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지 마라,세상은 널 가진 적이 없다"(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