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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지막 끝인 9자리수인 29세의 여자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자신은 이제 드디어 젊은 여자의 대열에서 낙오되어 더 이상 골든타킷이 아니라는 자괴감에 젖어들까 아니면 달관하듯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신변을 정리하고 연애를 단념할까 그도 저도 아니면 일에 몰두하여 닥쳐오는 위기감에서 벗어나려고 할까

남자인 나로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 29세의 여자들이 어떤 위기감과 기대감 흥분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다만 남자들은 29세가 되면 이젠 자신은 더 이상 '오빠'가 아니라 자신들 역시도 '아저씨'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어떤 어렴풋한 자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루어 유추해 볼때 여자들도 29세라는 나이는 어떤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선을 넘는다는 자각 정도는 할 것 같다고 비스무리하게 추축해 본다

이제는 사회의 발전과 심화 덕분인지 30세가 넘어서 그것도 아주 늦게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져서인지 사실 30세라는 나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많이 무디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30세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엄연히 존재한 것이어서 그 30세를 목전에 둔 마지막 시기인 29세에 대한 기념적인 심리에 대한 터부는 공고하다

이 책 <팬이야>의 주인공은 29세의 여자 회사원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확실한 직장내의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가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그녀가 어떤 계기로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고 그 팬클럽의 열성적인 팬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뿔사 팬클럽의 멤버가 되고 그 팬클럽과 이런 저런 이유로 횡적으로 종적으로 엮이게 되어 그 일들로 인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고 그 팬클럽 덕분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돌아 해피한 결말을 맞게 된다......는 구상은 좋았으나 그 구상이 제대로 이 책 속에 실현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무리하게 억지로 팬클럽과 주인공의 일상과 함께 우겨넣으려 했기 때문에 사건의 전개가 팬클럽과 주인공의 일상이 그다지 연관이 없음에도 무리한 연결이 된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는 도대체 29살이나 되어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한 것이 어떤 이유가 되어 주인공의 생에 영향을 그것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이 책이 밀고 나가려는 판타지의 성격이 무엇인지 도시 그 색깔과 정체가 잡히지 않았다

물론 작가 전아리의 전매특허인 감칠맛 나는 문체의 발랄한 맛은 좋았고 따뜻하고 선한 세계관과 그 속에서의 인물들의 한바탕 소동도 좋았으나 그렇다고 해도 주인공의 지금 당장 처한 29세라는 현실적 위기감과 아이돌 팬클럽이라는 것들의 매치는 목성과 금성 만큼이나 먼 거리감으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섹스 앤 더 시티처럼 현실적이고 적나라할 정도의 솔직성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로맨스 소설 정도의 가볍고 유쾌한 연애이야기 정도로만 나에게는 읽혀졌고 그렇게 분석되었다

팬클럽을 가입하게 되어 그 영향으로 인생이 전화위복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줄거리 곳곳마다 상관없는 장면에 팬클럽 씬이 등장하고 결말도 팬클럽이 엉뚱하게 등장하는 이 책은 아직 팬클럽의 존재 이유와 주인공의 인생간의 쌍방향의 관계 혹은 영향에 대해 논의 혹은 고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한 편의 재미있는 연애소설로 읽기에는 손색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인물들을 관찰하듯 써내려간 소설은 주인공이 어떤 경로로 남자들을 맞이하고 또 떠나보내며 그 와중에 마음을 열고 남자를 이해하게 되는지 무리없이 묘사하며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어떤 즐거운 힘을 얻어 진행되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시종 재미있고 작가의 재치있고 독특한 문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독자를 소설속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흐뭇한 미소와 함께 다정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의 시선에 공감 혹은 안도의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제 도시는 젊은 여성들을 이전의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게 많은 자유와 기회를 주었다

풍요와 번영(사실 그것은 일부이고 아직은 도시의 괴로운 삶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예를 들기 위하여)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여성들은 이제 과거의 역사와는 달리 조연이 아니고 주연으로 사회의 중앙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더욱 더 우리들의 책 속에서 회자되고 활약할 것이다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중 하나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책으로는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