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80년만의 우승으로 남아공 월드컵이 끝났다

최초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으로 아프리카에서 과연 안전한 월드컵이 열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은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 끝났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인 탓에 남아공과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

나도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그런 관심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는 이 책을 읽을 결심을 했다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읽고 난 후의 감상은 가슴 아픔과 경악 비참함 등등 통증이 연상되는 것들뿐이었다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고 빈곤한 지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나 그 낙후되고 비참한 상황이 개개인의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절망으로 밀어넣고 파괴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 만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혹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은 끔찍할 정도로 고통에 차 있다 아프리카가 출발때부터 안고 있던 태생적인 사회적 낙후에 따른 경제적 빈곤과 그에 못지 않은 인권의 열악함 그리고 한 국가내에도 여러 부족이 혼재하는 탓에 생기는 인종 차별과 지역 감정,만연된 사회적 불감증에 비롯된 야만적 폭력,그리고 종교적이고 사회적이며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인 여러 이유가 뒤섞인 내전의 원인이 되는 종족간의 갈등까지 이렇게 심하게 사회가 낙후되어 있어도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리카가 처한 상황은 안 좋다

하기는 이런 탄식을 하는 나도 이런 소리를 할 주제가 아니긴 하다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되어 거지가 사라지고 인권이 보장되어 민주주의가 그나마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 과연 얼마나 오래 되었다고 이런 남을 비판하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도 아프리카보다 나은 것이 없던 나라가 아니었던가

아프리카가 처한 총체적 고난과 결핍 그리고 슬픔 증오...이 모든 것들에 대해 작가는 세밀하고 날카로운 관찰 끝에 그 상처를 직시하는 소설로 현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하는 태도는 고발이 아니라 증오와 혐오가 들어있지 않은 담담하지만 따뜻한 시선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나면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가슴이 아프면서도 맑은 성찰과 상처에 대해 부드러운 접촉을 하게 되는 희유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모두 아프리카의 아들이며 아프리카가 처한 이 억압적인 현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진지한 사명감을 가진 작가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감성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과연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끝이 나는 이 다섯 편의 단편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프다 그 이야기의 실제 소재들이 지금 이 검은 대륙에 만연된 실제 상황이라는 사실이 더욱 아프다

사실주의의 냉정한 눈에 비친 이 지옥같은 증오와 불행의 현장에서 나는 아프리카인이 아닌 것이 다행스럽다 아니 고쳐 말한다 고쳐 말해야만 한다 나는 아프리카인이 되고 싶다 그 이유는 아프리카의 검은 어둠이 걷힐 때 지구의 빛이 드러날 것이라는 아프리카와 타대륙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동체대비라는 거창한 그런 마음에서라도 아프리카인이 되고 싶다

이 소설 속의 다섯 단편에는 첫번째 단편만 제외하고 모두 죽음이 등장한다 첫번째 단편의 주인공도 곧 죽음에 접하게 될 것이다 거리의 깡패가 되었으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주인공 소년 소녀들은 죽음을 경험하고 저마다 앞으로 생존이 가능할 지 장담조차 못하는 극악의 상황에 내던져지듯이 방치된다 그 폭력적인 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지독한지는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소설은 부드럽게 쓰여졌을지도 모른다 실제 상화은 그보다 훨씬 더 터프하고 잔인하게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고려해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것이 소설일지도 모른다면 그 실제 상황은 몇 배 몇 십배 더 잔혹하고 혹독할 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이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 지옥의 아수라 속에서도 동심은 꽃피고 아름다운 우정과 애정은 자라난다 그 대조되는 상황의 빛과 어둠을 작가는 포착하여 우리에게 소년 소녀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더욱 아프리카가 처한 암흑이 분명하게 드러나서 시야에 들어온다 이런 소년 소녀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고 그것이 설득력있게 독자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본다면 이 소설을 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는 것을 알 수있다 분명 좋은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아프리카는 세계의 변방이고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의 밑바닥이다 그러나 이런 어줍잖은 우월감으로 이 검은 대륙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가 않다 우리는 인종 간에 차별이 없고 피부 색에 관계없이 모든 지구인이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그런 아름다운 세계를 꿈꾼다 지구의 한쪽 끝 검은 땅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증오와 가난으로 살아있는 지옥이 생성되었다는 걸 이 책으로 목격하고 나는 과연 인간에게 지옥은 무엇이길래 이 지상에서 실현되어 그 지옥 속에서 고생할 운명이 준비되어 지는가하는 아픈 각성을 하게 되었다 지옥이여 지옥이여

이 검은 대륙에 빛이 비춰져 그들을 억압하고 겁박하는 지옥과 같은 현실들이 바람에 휘날려 사라지듯 어서 상황이 개선되어 지구위의 한 형제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책장을 덮으며 간절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