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없이 별 다섯 개를 주었다
그리고 카버는 나에게 완소 작가가 되었다 지금 카버 책은 세 권이 번역되었다  나머지 두 권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그리고 제발 좀 조용히 해요 이다 나는 지금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읽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고?? 아까워서다 그걸 다 읽고 나면 더 이상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카버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아주 조금씩 깨물어 먹을 것이다 마치 맛있는 과자를 모처럼 받은 어린아이가 아까워서 아주 천천히 핥아먹듯이

그렇다 내게 카버는 그런 작가이다 카버와의 만남은 하루키가 주선해주었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라던가 내가 하루키에게 버번 위스키 3병을 선물해야겠다
하루키가 언급하던 작가 중의 한 명이었던 카버를 처음 만나고 나서 나는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몰입하여 카버를 읽었고 읽고 나서는 포만감에 행복해했다 그렇다 그 정도로 카버를 읽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카버를 읽는 것이 어째서 기분 좋은 일이냐면 카버는 독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쉬운 언어로 쓴다 절대 독자가 읽다 화가 나서 집어 던질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쓰지 않는다 읽다가 절망하여 자신의 무식함을 부끄러워하며 나는 도대체 뇌가 이 작가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 용량인가 개탄하는 그런 표현과 묘사도 절대 쓰지 않는다 그저 쉬운 언어로 적확하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묘사한다 마치 이렇게 쉬운 그림이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의 전부에요 라는 지극히 겸손한 자세인 것처럼 성실하고 정직하게 그는 써 내려 간다 그러나 그가 묘사하는 삶의 단면들은 정확하고 엄밀하며 주도면밀하게 징후와 현상을 포착하고 있는 날카로운 기미들이며 우리 삶의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중산층의 80년대 모습의 섬세한 조짐들이다 그 들여다보기로 카버는 미국인들의 의식과 가치관 그리고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정서의 생생한 움직임까지 미세하지만 생생한 터치를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카버가 포착해낸 미국의 단면들은 알콜 중독자,아내와 이혼한 후 자식을 만나러 가는 싱글남,아내가 친구와 눈이 맞아 도망가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남자,남편과 함께 살며 맹인 친구를 둔 젊은 여자,아이를 낳고 친구들과 파티를 계획하는 부부 등 일상을 그대로 재현해낸 현실적인 것이다 그가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라는 것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사실주의의 작가라면 그가 주는 감동을 제대로 기술할 수가 없다
그의 이 단편집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울린 건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이 단편이었다
이 작품은 굉장하다 그 읽고 난 뒤의 가슴에 밀려드는 포근한 눈물의 슬픔과 위로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은 뭐라 말하기가 힘든 수작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를 위로하는 그 대목이 책의 해설에서 기술하고 있듯이 영성체 의식과도 유사하다 슬픔을 위로하는 그 따뜻함이 가슴을 오랫동안 울리고 손끝까지 따스한 슬픔이 밀려오던 특별한 작품이었다(더 쓰면 스포일러일 것 같아 여기까지만)

카버는 어디까지나 그의 작품을 그의 삶의 증거로 썼을 것이다 그가 본 것 그가 들은 것 그리고 그가 느낀 것...
카버의 단정하고 순수한 의식의 첨단에서 우리들 삶을 성찰하는 일상에 대한 진지하고 의미있는 반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카버를 읽으며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삶의 수 많은 의미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