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 담긴 것이 많이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해 너무 궁금해 어떻게든 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은 과연 그 건립의 목적과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도 수 많은 사람들이 두뇌를 짜내 그 수수께끼에 도전하여 그 진실을 알려고 한다 그러나 모아이석상은 아무 말도 없이 그 애타게 풀려고 하는 인간들을 담담하게 무관심한 듯 내려다보고만 있을 뿐이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수수께끼는 많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제주도의 마스코트같이 되어 상품으로 크게 대중화된 제주도 돌하루방만 하여도 그렇다 도대체 이 돌하루방의 모델은 무엇인가 일설에는 과거 몽고의 지배를 받던 고려 시대에 몽고의 관리들을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그 근거로 제주도가 말을 기르느라 몽고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고 그래서 몽고의 사신들과 관리들이 상주했다는 점이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확정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그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은 산신을 조각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진실은 저 너머 알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뿐인가 신라시대에 축성된 아름다운 곡선의 첨성대는 지금까지도 뜨거운 감자이다 과연 첨성대의 건립 목적은 무엇인가

정말 첨성대는 천문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천문대였는가 첨성대의 벽돌 수를 모두 합하면 364개로 이는 일년의 날수와 맞아떨어지고 그리고 첨성대가 위치한 방향이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한 장소라는 등등 아직까지 첨성대를 둘러싸고 분분한 가설들만 시끄러울 뿐 정확한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외에도 전북 진안 마이산의 돌탑들도 성립된 이유와 특히 축성 방법을 둘러싸고 신기한 이야기만 난무할 뿐 정확한 축성 방법을 모르고 있다 그 성립의 설화만 신비하게 전설처럼 진해질 뿐이다

이렇듯 수수께끼의 대상들은 정확한 실체는 오리무중 전설과 소문의 안개에 둘러싸여 있을 뿐 그 정확한 실체는 잡히지 않는다는 다소 맥빠지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인가 더욱 신비화되고 한층 더 모호한 의문의 옷을 걸치게 될 뿐이다

그런 수수께끼 아니 인류 최대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여기에도 하나 또 있다

바로 보이니치 코드라는 필사본이다

예수회 수도사들이 작성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필사본은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력이 투입되어 그 실마리를 붙잡기 위해 가열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실체가 나타나지 않은 인류 최고의 암호문이다

도대체 암호처럼 기술하고 있는 그 내용과 주제가 과연 무엇인지 그토록 많은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아직도 모르고 있다

더구나 그 기술하고 있는 언어 즉 글자가 너무도 난해하고 풀기 어려워 아예 무의미론 즉 이 필사본의 언어는 아무 의미가 없는 제대로 된 언어가 아니다라는 주장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그런 필사본에 얽힌 미스테리와 비밀을 추적하는 예수회 신부의 지적 모험담이 이 책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리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그리고 나의 비정한 태도를 용서해 주시길 나는 정직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믿어서)스릴러라고 부를 수가 없는 답답하고 지루한 소설이다

차라리 픽션으로 구성하지 말고 리포트처럼 보이니치 코드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하는 인문 교양서로 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재미없는 책이다

지루하고 갈등을 불러오는 요소도 없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당연히 있을 턱이 없다

그러니 반전도 없고 사건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는 서스펜스와 비밀이 밝혀졌을 때 스릴은 눈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이니치 코드에 대해 팩션의 형태를 빌어 기술하고 있는데 저자가 내린 결론이 과연 맞는 결론인지도 의문스럽다

그냥 소설속에 구상화된 한 개인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소재가 너무 장황한데다가 다가가기엔 너무 두꺼운 의문의 벽이 존재하는 탓에 소설을 이끌고 가는 길이 험난하고 멀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작가가 스릴러의 문법을 너무도 경시하여 그냥 학구적인 보고서를 읽는 듯한 기분만 들고 말았다

쟝르소설을 쓴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쟝르가 요구하는 기본 덕목이 있고 그 공식에 충실해야 되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스릴러를 쓸때 그런 독자와의 상호소통의 의미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소재자체의 독특함에만 매료되어 끝까지 그 소재에 함몰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장황하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소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의 몫이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소재의 무거운 부담에 소설이 얄팍해진 경우라 보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세상엔 참으로 독특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자신의 사상을 적어 놓는 사람들도 있으니

최소한 해독도 못하는 것이라면 적어놓은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