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교수는 한국의 내놓으라 하는 석학이고 지성인이시다

그 분이 써내신 수많은 예리한 칼럼들만 하여도 몇 십 권의 전집으로 발간되었다

이어령 교수님의 대표적인 저서인 <축소지향적인 일본인>은 일본 관련 연구 서적중 100대의 명저에 뽑히기도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름다운 비유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책들을 쓰셨다 분석적인 글쓰기가 돋보이는 비평에 관하여서라면 이어령교수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비평가이시다 아니 해외에서도 드물 것이라 생각된다

어디 그뿐인가 소설가로서도 다수의 작품을 내신 예술가이시고 드라마 시나리오까지 집필하셨다고 한다

지적인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다방면에 걸쳐 모든 분야에 일가견이 있으신 르네상스적인 재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런 이어령교수는 지금까지 무신론자였다고 한다 반신론적인 입장에서 신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로 이 세상의 불합리를 물으며 신의 부재에 의문을 표시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저작중에도 신에 대해 반신론적이고 무신론적인 글을 쓰신 적이 많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런 그 분이 신앙에 귀의하셨다 그것도 그 분이 가장 극심하게 반론을 펼치던 개신교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셨다고 한다

카뮈같은 작가를 가리켜 무신론적인 순교자라고 한다고 한다 아마도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신앙을 가진 사람보다 더 지고한 이상을 품고 이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 지성인을 일컫는 말임에 틀림없으리라 이어령교수님도 이전에는 카뮈처럼 무신론적인 순교자였다고 한다 즉 신을 믿지 않지만 자신의 신념과 의지로 이 세상의 불합리를 맞서 싸우는 아름다운 지식인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던 분이 반평생 자신이 견지해 오던 굳은 신념을 꺾고 마침내 신의 품에 들어가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이어령 교수님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는 몇 가지 요소와 과정이 있었다

2004년 교토에서 홀로 외롭게 연구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영성의 조짐으로 보이는 마음의 자발적인 기도로 차츰 신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귀의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어령교수님의 큰딸때문이었다고 한다

큰딸이 하와이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었는데 실명을 하게 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이어령교수님은 황급히 하와이로 날아간다 누군들 그렇지 않았으랴 사랑하는 큰딸이 실명을 하게 되었다면 말이다 안봐도 이어령교수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도착한 하와이에서 이어령교수님은 딸을 따라 교회로 간다 딸의 부탁이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딸은 절망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그저 아버지인 이어령교수에게 교회를 가자고 권유했던 것이다

그 교회에서 이어령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딸의 눈만 낫게 된다면 눈만 뜨게 된다면 남은 생을 하나님에게 바치겠습니다라고 ...아마도 이 기도는 진실되고 깊은 소망에서 나온 절실한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어령교수와 딸...그런데 한국에 와서 진찰해보니 망막이 나았다는 것이다 실명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깊이 그리고 고요히 그 의미를 이 기적 아닌 기적을 묵상하고 마침내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로 한다 그래서 결국 세례를 받고 정말로 주님의 참된 일꾼이 되겠다고 공표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드라마의 장면들처럼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기술되어 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전부 다 사실들로만 되어 있다) 이어령교수님이 기독교에 귀의하게 된 그 모든 과정은 자체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전형을 지니고 있고 그리고 깊은 멧시지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절망에 직면하게 될 수 있고 그리고 그 때 자신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부서져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절대자의 도움을 절로 필요로 하며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절대자가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작고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어령교수도 그 질곡의 상황에서 영성의 번쩍이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 것이리라

인간은 약한 존재이며 긍휼하신 신의 전지전능하신 섭리안에 인간의 모든 삶이 담겨 있으며 인간은 부서지기 쉬운 질그릇이며 오직 신으 반석 위에서 크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음을 이어령교수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영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신에 대해 거부하던 몸짓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깊고 진실된 눈물로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된 것이다

이어령교수님의 신앙귀의를 지켜보니 왜 인간이 지성으로 단련된 존재라 하더라도 깊은 영성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일말의 단초가 될 수 있었다

톨스토이도 작가로서의 세계적 성공,자식들과 가족의 번영,귀족으로서의 안락한 삶 이 모든 것들이 충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허무하고 견딜 수 없이 공허하여 그토록 신을 찾아 헤매지 않았던가

다른 종교인 불교를 믿는 나이지만 이어령교수님의 기독교 귀의를 보는 내 가슴이 따뜻하게 영성의 가르침으로 물들어갔다

영성이라는 미지의 단계를 향해 조용히 걸음을 옮기는 노지식인의 절절하고 사무치는 신앙 고백을 듣다 보니 어느새 기독교라는 거대한 산의 초입에 들어가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운 종교인 이어령교수의 깊고 성숙한 신앙 간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