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휘날리는 태극기와 단위별로 대열을 지어 전진하는 군대의 모습?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소비하며 안락한 삶을 지내는 영토? 아니면, 국가권력이란 단지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간략하게 언급한 문장속에 다양한 국가관(國家觀)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라는 개념이 참 재미있습니다. 영토를 나누고 선을 그어놓았지만, 사실, 국가는 실재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데, 과거 자국의 영토였던 토지가 현재는 타국의 소유로 이루어져있고, 앞으로 그럴 일이야 많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여전히 국가라는 '실재하지 않는 실체'는 사라질 수도 또한 새롭게 생겨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를 향한 사랑, 곧 '애국심'은 어떤가요? 한 국가를 이루는 것은 한 민족, 영토안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서로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자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결국, 애국심은 작게는 주변의 관계, 넓게는 한 나라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보니, 애국심이라는 단어도 조금은 더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면, 외국에서 활약하는 스포츠스타가 소속된 팀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자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 인해 그 주변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 애국심을 이러한 사랑의 확장으로 본다면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국가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려고 말을 늘어놓았지만, 어쩐지 아직도 국가에 대해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고대 철학자에서 현대의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계속 된 고민이었는데요.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유시민은 국가에 대해 논한 철학자, 사상가, 사회학자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용산 참사'를 언급하며 국가의 책임과 대응방법에 대해 네 가지 관점을 제시합니다. 국가가 할 일을 했다는 것,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것, 국가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것,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분류에도 국가관이 포함되어 있지요. 다양한 국가관을 논하기에 앞서 현실에서 그 사례를 도입해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을 리뷰로 남긴다면 아마 작은 소책자의 분량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저자는 특정 국가관을 주장했던 인물을 중심으로 사상을 정리해 나갑니다. 가장 처음 언급하는 인물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홉스입니다. 홉스가 주장한 국가관은 국가주의입니다. 자연상태로 개인을 내버려 둔다면 모두가 서로를 향해 투쟁하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강력한 통치주권을 가진 국가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른바 '사회계약설'이 그 이유로 나타나게 됩니다. 국가주의는 전제국가의 전향이 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항상 견지해야할 관점은 '한 사상가는 시대를 뛰어넘지 못한다'라는 것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생각했을 때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기에 단칼에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국가관은 바로 '법치주의' 입니다.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로크,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을 들 수 있는데요, 같은 법치주의 곧 자유주의 국가관을 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물에 따라 규정하는 범위가 상이합니다. 여기서 기억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법치주의'라는 개념이 국가가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국민이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지요. 일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 말을 오해하여 보수성향의 국가관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그와는 반대의 개념이라는 사실!

       세 번째로는 국가자체를 부인했던 마르크스의 국가관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유산계급에 대한 투쟁, 계급의 철폐, 국가의 해체를 주장했지요. 하지만 마르크스가 국가해체를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인간의 해방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같은 사회혁명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요? 바로 다른 길을 열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진출이 제한된 사람들, 무산계급들의 삶이 언제나 유산계급 앞에 좌절됐기에 자유를 위해 혁명이라는 가치를 들고 사람들이 일어났다라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대의 상황을 감안해서 그 사상가를 판단해야 하지만, 어찌되었든 혁명은 실패했습니다. 절대권력을 거머쥔 정부, 곧 국가는 더 큰 악을 저지르게 되고, 소수의 사람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추구해야 할 국가관이 아니라는 점은 오늘날 대다수의 국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게 만드는 주제이지요.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서 다루기도 하는데, 결국 사회에서 어떤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정치의 성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로 추구해야 할 국가는 어떤 모습인 걸까요? 저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톨스토이, 포퍼, 칸트, 니버 등의 사상가들의 견해를 언급하며 결론을 도출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론적으로 정립된 상태, 민주주의 선거과정을 거쳐 수립된 정부가 우리에게 참 국가의 모습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정의로운 국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어쩐지 머리속은 아직도 물음표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사상가들의 국가관을 통해 이해의 폭이 넓어졌지만,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를 하나 넘겨받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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