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길 바란다 - 윤리란 무엇인가? 

       정규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각 학년마다 빠짐없이 윤리, 도덕 교과목을 배우고 들었음에도 명확하게 '윤리란 OO 이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사전의 정의에는 윤리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욕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념'

       어쩐지 말이 어렵다.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 인간의 본성이라 함은 식욕, 수면욕, 성욕 등 인생을 영위해 갈 수 있도록 태어나면서부터 내면에 심겨져 행동을 유발하게끔 만드는 양식(어쩐지 설명이 더 어려워진다.)이라고 볼 수 있다. '욕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념'이라는 말은 타고난 본성을 사회안에서 적절히 조절해서 행동하게 만드는 기준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윤리와 동일한 의미인 도덕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수의 사회성원이 무의식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관습을 따르는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관습을 따르는 것' 

       그렇다. 윤리와 도덕은 우리의 내면에 본성적으로 심겨진 것이며, 논리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따라양 할 법칙. 또는 내면의 법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마땅히 행해야 할 행동이라는 의미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산다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시대에 따른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상황이 있다. 만약,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무인고도(無人孤島)의 상태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상태에서는 건덕이고 패덕이고 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고 물구나무를 서서 다니며 야단법석을 떨어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왜 그런가? 나의 그런 행동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거나 정신적으로 성가신 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명확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결국 나와 타인 사이, 관계에서 지켜야 할 법칙. 그것이 윤리와 도덕이라는 말이다. 

       그럼 시대에 따라 윤리와 도덕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말인가? 

       <윤리란 무엇인가>에서는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상가에 따라 윤리의 개념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밝히고 있다. 책은 초반부에서 삶과 죽음, 생명, 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다루고 있다. 윤리와 도덕이 단순히 착한 일, 좋은 일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일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어떻게 삶, 죽음, 생명, 선행과 같은 묵직한 주제와 윤리가 연결되는 것일까?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에 따라 윤리와 도덕이 결정된다. 인간의 삶이 단지 동물과 같이 먹고, 자고, 배설하고, 번식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의미일 뿐이라면, 윤리의 가치가 그만큼 상실된다. 저자는 쾌락주의자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인간의 이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가치 대립을 다루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만들어준다. 

       생명과 선행도 마찬가지이다. 찰스 다윈, 리처드 도킨즈와 같이 인간은 단순히 진화의 산물일 뿐이라는 견해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인간의 생명은 크게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태어나고 죽고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진화체계의 한 시대를 나타낼 뿐이기에 의미도 가치도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상적 배경가운데서는 선한일도, 생명도 의미가 없다. 

       근원적인 논의를 마친 후, 저자는 공리주의, 칸트의 윤리,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에 대한 논의로 독자를 이끌어 간다. 책이 어떤 것이 윤리다라는 정의를 내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공리주의가 말하는 윤리에 대해 논의를 펼친 후, 그것이 성립할 수 없는 점, 그와 반대되는 의견 등을 소개하며 끊임없이 윤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책은 윤리 도덕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각 사상가들의 윤리를 깊이 다루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내용과 논쟁점을 다루며, 도덕적 문제들을 풀어나가고자 시도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시대와 사상에 따라 윤리와 도덕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개인 스스로 윤리에 대한 가치정립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다로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윤리와 도덕에 대한 언급으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인도와 중국, 그리스와 로마인들의 도덕이 비슷할 뿐 아니라 지금 시대의 도덕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의 본능과는 다르게 윤리, 도덕은 본성으로 볼 수 없다. 만일, 도덕률이 본성 중 하나라면 언제나 선하며 언제나 옳은 행동 규범에 일치하는 충동을 우리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타고난 성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정직하게 내면을 드려다본다면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기에) 결국, 도덕률을 통해 본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지 윤리가 본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모두가 동의 할 수 있는 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한 대상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좋다, 나쁘다를 넘어서는 제 3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선하다, 나쁘다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선함과 나쁨을 구분할 수 있는 제 3의 절대 선이 있어야 함을 인식할 수 있다. 

       가치 상실, 의미 상실의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과 사회적 관계안에서 사랑의 회복은 바로 이런 인식이 올바로 정립되었을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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