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글, 몇 마디의 문단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사고가 확장되고,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며, 시대를 뛰어넘어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글쓰기를 위한 안내 서적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 책들을 다 읽는다해서 글을 잘 쓸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해서 자연스럽게 글이 잘 써지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 생각하기에, 이 세가지가 조화를 이룰때 시너지가 발생한다. 어떤 책을 선택했는지,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생각을 글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사고가 전환되면, 인생의 태도가 달라진다. 인생의 태도가 달라지면 삶이 변한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는 책을 읽기 전의 박웅현과 읽은 후의 박웅현이 다르다고 말한다. 모든 책이 그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그런 귀한 책들을 만났을 때 반갑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책'은 무엇일까? 

       책은 총 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강의한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 각 강의에서 소개한 책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김훈, 헬렌 켈러, 알랭 드 보통, 고은, 니콜스 카잔차키스, 밀란 쿤테라, 톨스토이 등 이들의 책에서 내용을 발췌하고 느낀 바를 공유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인생을 대하는 태도,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법 등 광고카피라이터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헬렌 켈러는 책 첫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숲을 다녀온 사람에게 당신은 뭘 봤냐고 물었더니 그가 답하길 ';별것 없었어요Nothing special'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겁니다. 자기가 숲에서 느낀 바람과, 나뭇잎과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몸통을 만질 때의 전혀 다른 느낌과, 졸졸졸 지나가는 물소리를 왜 못 보고 못 들었냐는 거죠." - 50쪽

       

       저자는 특히 김훈의 글에 대한 예찬을 펼친다. 짧은 한 문장 속에도 많은 걸 담아놓고 있다는 것인데,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 바로 이런 통찰력이 있는 작가들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석같은 문장이라는 것. 

       

"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두보가 이런 시를 썼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보고 김훈이 평하기를         대체로 이러한 글은 사람의 솜씨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산화하는 꽃과 시간을      견디지 못해하는 '슬픔'으로 보아 사람의 소행임은 틀림없다.      두보의 시도 좋지만 그 시에 대한 김훈의 생각도 참 재미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87쪽

       카피라이터로 오랜 경력을 담아낸 저자의 글에서 책을 대하는 창의력과 인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묻어났다. 두보의 시에서 재미있는 평을 내어놓는 김훈과 같이, 박웅현 또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 이방인의 뫼르소와 같은 인물을 동경하는데, 소설속의 인물과 같은 실존주의적인 삶의 태도를 지향하면서도 삶의 작은 부분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모습은 오늘날, 의미를 상실하고 시간을 쫓아 사는 현대인의 향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무쪼록 저자가 소개한 카프카의 변신에서 인용된 문구에 따라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책은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김훈, 알랭드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