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선이란 이름을 알게 된건 불과 몇 년전이다.

참 부끄럽기 짝이없다.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임을 증명하고, 강탈당한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찾아 이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 평생을 바친 박병선 박사 

이 분의 평생을 바친 노력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냥 집없는 떠돌이마냥 남의 집살이를 시킬 뻔했다.

아니 그 존재의 사실마저도 몰랐을지 모른다.

아직 완전히 반환된 것이 아니라 '대여'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품에 돌아왔다 완전한 우리의 '소유'가 될때까지 노력해야만 한다는  박사님의 말씀 명심해야 할것이다.

 

초등6학년이 되는 딸아이에게 이 책을 내밀었을 때

아이는 직지에 관해선 알고 있었지만 박병선박사에 대해선 전혀 알지못했다.

이 책을 읽고 또 한사람의 위대한 여성을 만난 것이다.

 

박병선은 1923년 3월 25일 부유하지만 매우 검소한 가톨릭가정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검소함과 남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몸이 허약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상상력이 뛰어난 병선은 책벌레였다.

대학생이 된 병선은 뇌막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스승의 뜻이기도한 빼앗긴 우리문화재를 되찾기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결심하게된다.

책벌레였던 박병선은 틈만나면 도서관에 가서 책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와중에도 외규장각의궤를 찾는일도 몰두했다.

수녀원에 한 달동안 있으면서 수녀가 될까도 고민했지만 이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일이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수녀원을 나온다.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도서의 해'를 맞아 프랑스국립도서관은 동양의 고서를 전시할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알면서 한자에도 통한 사람이 필요했다. 도서관 책임자는  늘 도서관을 찾아 성실히 공부하던 유학생 박병선이 

국립도서관 연구원을 맡아 동양의 고서를 연구해 주달라고 제안하는데....

연구원생활을 하면서 찾아낸 직지를 보며 떨렸던 그 심정이 전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서양의 <쿠텐베르크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을 찾았지만

한국의 학자들은 고증을 해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했다.

병선은 혼자서 5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구하고 실험한 끝에 금속활자의 특징을 찾아내어 고증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해냈지만 한국의 서지학자들은 이런 영광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병선은 이런 사실이 쓸쓸했지만  <직지>를 처음 만났던 순간의 기쁨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녀는 진정한 애국자인것이다. 

직지를 발견하고 얼마지나지않아 그녀는 도서관창고에서 파기직전의  외규장각의궤를 찾아낸다.

한국으로 돌려보내기위해 한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싸우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한국정부와 학자들이 한심했다.

그녀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더라면 과연 의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을까?

 

책의 내용이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않도록 잘 쓰여있었고 신비롭기까지한 예쁜 그림이 그려져있다.

우리의 소중하고 자랑스런 문화재를 접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게 한다.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 연구에 평생을 바친 박사님이 넘 자랑스럽고 한편으론 죄송스럽다.

박사님의 인내와 끈기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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