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 – 존 김

 

2006년 12월에 호주 출신 해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만든다. 공식적 사명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 구소련 연방,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중동의 비민주적 정권을 고발하고, 또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정부나 기업이 저지르는 비윤리적 행위를 폭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

 

처음에 위키리크스는 비민주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2010년 4월,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 불리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성격이 바뀐다. 이 영상은 2007년 7월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 공습으로 로이터 통신기자 2명을 포함한 1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담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민주화의 횃불이 되리라 생각했던 미국 정부로서는 한 방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010년 7월 25일에 9만 건 이상의 아프간 전쟁 관련 기밀 문서가 공개되고, 급기야 같은 해 11월 28일에는 전 세계 274곳에 있다고 추정되는 미국 정부 재외공관의 1996년 12월 28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의 연락에 대한 기록이 공개된다. 무려 25만 1287건에 이른다.

 

단순히 위키리크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이 아니다. ‘가디언’, ‘뉴욕타임즈’, ‘슈피겔’ 등 서방 주요 언론을 통해 가공을 거친다. 기존 언론사가 가진 ‘신뢰성’을 무기 삼아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가디언’지는 사내에 ‘벙커’라고 불리는 작업실을 설치해 거의 감금 상태로 기밀문서의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밀 문서들이 위키리크스를 통한 조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위키리크스를의 진화를 저자는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①’위키피디아 모델’ 채용을 통한 익명성 보장 정보의 폭넓은 획득 ②’매스 미디어 모델’을 통한 파급력의 확산(단순히 보여 주는 것뿐만 아니라 문맥을 제대로 맞추고 메시지도 담는 것) ③언론 매체와 위키리크스 간의 분업 모델(세계 주요국의 주요 보도기관을 끌어들여 서로 보완해 가며 단계적으로 정보를 공개, 보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현재 위키리크스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어산지는 가석방 상태이고, 비자 카드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금융회사는 위키리크스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그리고 아마존도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를 중단해 버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어노니머스’라는 익명의 단체가 스스로를 ‘언론의 자유와 인터넷의 공정 이용이라는 이상을 공유하는 평범한 네티즌의 모임’이라고 규정하면서 위키리크스를 힘들게 하는 기업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유명 해커 와우 홀란드를 추모하여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 위키리크스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인물은 ‘시위자’다. 2011년은 시위로 시작해서 시위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동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뉴욕에서 99%의 시위를 거쳐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조지오웰은 패놉티콘을 말했지만, 지금은 역패놉티콘, 즉 개인이 정부를 감시하는 시대다. 개인이 손에 쥔 위키리크스라는 망원경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된다.

 

*책을 읽으면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몇 개 적어보아요.

1. 미러사이트 : 거울처럼 위키리크스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정보를 보존하여 공개하는 사이트

 

2. 위키리크스 경매방식 수익 모델 : 위키리크스에 모인 기밀 정보의 보도를 희망하는 측이 위키리크스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음)

 

3.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 : 기밀 폭로를 당한 측이 은폐를 위해 대응할 때 오히려 은폐 행위 자체에 이목이 집중되어 결과적으로는 은폐하려고 한 정보의 인지도가 올라가는 현상

 

4. 미국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정부 직원이 허가 없이 누설한 정보를 보도한 보도기관의 발간인이 유죄가 되었다는 사례는 없다.

 

5. 언론이 완벽했다면, 다시 말해 정보의 수집자, 편집자, 전달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고 있었다면 위키리크스가 설 곳은 없었을 것이다.

 

6. 데이터맵 : 회사의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고 누가 이에 대한 접속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맵

 

7.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명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져 이를 법제화 한 결과, 내부 고발자나 언론인은 보도 금지, 명예훼손 제소, 국가기밀 누설죄 등의 추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8. 이집트의 ‘키파야 운동’ : 키파야는 아랍어로 ‘충분하다’는 뜻으로 ‘30년 장기 집권으로 충분하니 더 이상은 안된다’는 뜻의 시위 구호

 

9. 서드 파티 애플리케이션 : 해당 소프트웨어의 개발사가 아닌 외부 개발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트위터의 경우, API를 공개하여 수많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며 트위터 자체 웹페이지의 비중은 약 20%에 지나지 않는다.

 

10. 캐즘 이론 (Chasm Theory) : 전체 인구에서 16% 이상 보급될 경우, 그 제품이나 서비스는 한꺼번에 사회 전체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