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_ 저넷 월스

 

1억 원짜리 피부 관리, 사립학교 청탁. 이번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데 공을 세운 가십, 아니 뉴스다.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야기는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무상 급식 논란으로 시작된 정책 선거는 한 순간에 후보 개인에 대한 신상 털기로 변했다. 대중은 어렵고 딱딱한 정책에 대한 설명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은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가십 칼럼니스트 저넷 월스가 쓴 <가십>은 ‘나는 꼼수다’ 현상이란 무엇인지 비교해볼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가십의 발단은 <피플>잡지에 있다. 잡지의 매력이 떨어지고 TV산업이 떠오르던 70년대, 잡지사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그것이 바로 가십이었다. TV에는 꾸며진 스타밖에 없지만, 잡지에는 스타의 숨겨진 모습도 있다는 것이 <피플>의 성공 이유다. 스타의 화장을 지웠을 때 대중은 그에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피플>이 성공하자 이와 비슷한 잡지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심지어, 신뢰를 바탕으로 정숙한 보도를 하던 신문사와 방송국까지 여기에 뛰어드는데,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이 그 시작을 알린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앞다투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기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취재비는 얼마를 써도 좋으니 기사를 가져오라는 명령이 각 언론사 기자에게 전해진다. 취재 경쟁은 뜨거워졌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은 각 언론사의 구독률과 시청률을 올렸다. 뉴스 프로그램 ’20/20’도 이 사건을 다루면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0여 년이 지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인터뷰를 방송하기 전까지) 반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을 다루지 않은 언론은 급격하게 인기가 줄어들고 만다. 이 때부터 언론은 가십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지 깨닫기 시작했고,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가십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O. J. 심슨 사건, 다이애나 왕비의 죽음, 빌 클린턴 스캔들 등 가십으로써 매력적인 사건들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분석 내용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한 가지 찾을 수 있다. 기존 가십 언론이 점잖아지려 하면, 새로운 가십 언론이 등장해 대중의 욕구를 채운다는 것이다. 가십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다.

 

‘나는 꼼수다’가 새로운 가십 언론으로 부상할 것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이런 압박 속에서 강렬한 가십을 계속 생산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만일 ‘나는 꼼수다’가 점잖아진다면, 또 다른 가십이 등장할 것인가? 한국의 가십 역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