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여성혐오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게임을 하다가 여성유저가 남성유저인 자신을 이겼다며 신상을 털고 집을 찾아가 죽이겠다 선언하고 그 모든 과정을 생중계로 인터넷에 올렸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방송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지켜봤다. 오히려 응원까지 해가며.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니 환멸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었다는 2017년 현 상황이 이러한데 그보다 100여년 전 상황은 오죽했을까.

김약국의 '딸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시대의 희생양이자 우리의 거울이다. 남편과 사별해도 재가는 어려운 일이고 계급의 문제로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지도 못한다. 혼 전 성관계가 온 동네에 알려지면 약쟁이 성 불구자와 결혼하여 노상 맞고 살아도 감지덕지 해야 하고 사상적으로, 학문적으로 깨어있어도 한낱 누구누구댁 딸로 치부되기 일쑤다. 팔려가듯 결혼하여 아이는 낳았어도 남편의 사랑은 커녕 시아버지의 성폭력에 노출되고 그럭저럭 운 좋게 중년까지 살아내도 가족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늙어버린 몸은 누구에게 살해당하거나 쓸쓸히 죽어갈 뿐이다.

읽는 내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섯 딸 모두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바라봐야하는 김약국은 나에게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외로운 인생 그래도 그는 소청이라는 첩이라도 있었다. 나를 무너지게 만드는이는 김약국의 처다. 차가운 남편을 만나 따듯한 정 한 번 느껴보지 못하고 줄줄이 낳은 딸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였으며, 자신의 젖을 먹여 자식처럼 거둔 사람은 뒷통수를 치고 결국 온전치도 못한 사위에게 짐승처럼 죽임을 당했다. 도대체 그녀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의미라는게 있기는 했을까?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런 것을 헤아리기 힘든, 즉 먹고살기 힘든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지나쳐버려도 괜찮은걸까?

'여류작가'라 차별당했던 박경리선생님의 삶도 그러했을까. 그래서 이렇게 처절하고도 세밀하게 작품속에 그녀들의 삶을 풀어낸 것일까...

무수히 많은 질문과 무수히 많은 분노를 안겨준 이 작품을 나는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