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편하게 아이를 키울 줄 알았다. 지저분하고 털털한 성격이 애를 키울 때도 유감 없이 발휘될 거라 착각했다. 그런데 어느덧 27개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의 손에 의해 키워진 아이는 조금은 예민하고 조금은 특별하고 조금은 별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아이의 모습은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아이들이 있고 각자의 모습은 다른게 당연하니까. 문제는 나다. 내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 졌고 짜증이 늘었으며 매사에 신경질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려놓고 편안해 지기 위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엄마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싶어서.

 

 나는 뭐 그런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는 필요 없다. 그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집안을 당장 이사갈 집 처럼 지저분하게 놓아 두고, 배부르게 인스턴트를 먹이고 숙제를 봐주지도 않고 해야 할 일을 강요하지 않은 그녀이지만 , 누구보다도 세 아이를 잘 키워낸 엄마가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비결은 무엇일까. 내가 배워야 할 점은 그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한 인간으로서 당당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내가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을 보고 자라는 아이도 그렇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행복한 웃음을 많이 보여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무엇보다 짜증을 줄여야겠다. 하루종일 짜증을 내면서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모순이니까. 그러려면 하루종일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인데, 산다람쥐같은 우리 아기는 그런 모습을 잠시라도 가만히 봐주지 않겠지.

 나는 이 글을 쓰고 책을 조금 더 읽고 어린이집 로 아기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나서 땡볕 아래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주며 땀을 뻘뻘 흘릴것이다. 집에 들어가서 아기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우고 그제서야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겠지.

 

 아무리 좋은 말로 꾸며본들 엄마의 직업이 극한직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겠다.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박혜란, 그녀만큼이나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