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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쩌면 갑작스레 주어진 30년의 타임머신여행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여행을 노동하고 재산을 기록하고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보낼 것인가? 아니겠지. 하지만 이 삶이 여행이라는 감각이 하나도 없는 나는 그저 여타의 사람들처럼 누가보기엔 바보같이, 무료하게 ,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채사장, 당신과 나는 언젠가 만납니다. 하나의 의식 안에서. 그때 당신은 채사장이었고 나는 윤아무개였습니다 하며 의식할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내가 이렇게 부와 안정적인 삶에 탐욕을 부릴 동안 채사장은 하나의 의식을 생각한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 직업. 자신의 상처와 지난날의 과오와 추억까지도 열어보여야 하는 직업. 내가 능력이라는 한계 외에도 절대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나를 모르는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기 싫은 마음.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34

"가슴이 무너진 날, 그 사람에게로 가자. 그의 손을 잡고 이 밤을 보내는 거다. 바로 그 순간.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일상의 하찮음은 주변부로 사라진다. 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렇게도 놀라운 일이다." -69

"우리의 삶은 충동적으로 내던질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가볍지 않다." -77

"한 가지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한 가지 목표에 모든 것을 거는 행위다. 이들이 한 가지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들이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 반대로 이들이 나약해서다." -81

"세상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83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길가를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걷는다는 것. 그것은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가기 위해 신중히 걷는 것이다." -84

"당신 앞에 세상은 하나의 좁은 길이 아니라 들판처럼 열려 있고,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표점이 아니라 지금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이다. 발아래 풀꽃들과 주위의 나비들과 시원해진 바람과 낯선 풍경들. 이제 여행자의 눈으로 그것들을 볼 시간이다. " -85

"나이가 든다는 건 다행이다. 어린 날의 들뜸과 격정은 가라앉고, 섬세함은 무뎌지고, 무거움은 가벼워진다. 죄책감은 줄어가고, 헛된 희망은 사라지고, 안타까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128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위는 언제나 거대한 이유와 목적으로 해석되어 서로의 가슴을 물어뜯었고, 풀리지 않은 오해는 해명의 기회도 허락받지 못한 채 영혼의 깊은 상흔으로 자리 잡았다." -137

"우리가 책과 시를 읽는 이유,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오롯이 나에게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에 개입하고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169

"말과 글은 간결해도 충분하다. 꾸미거나 덧붙일 필요가 없다. 수식어를 걷어내고 정갈하게 정돈된 언어를 정확히 구사한다면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나의 언어는 타인의 가슴에 강렬하게 박힌다." -172

" '이해'는 반드시 선후의 관계를 따른다. 이해의 앞에는 언제나 체험이 있다. 그 반대일 수는 없다." -178

그가 오래도록 글을 썼으면 좋겠다. 나는 계속해서 그의 글을 읽을 것이고, 나의 의식은 그의 의식과 만날 것이다.